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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조명이 꺼지고, 기도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선다. 연리는 마지막까지 남아 피아노를 정리하다 문 닫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사람이 남아있는 줄 몰랐는데, 뒤편 의자에 앉아 있던 범규가 고개를 든다. 교회 밴드에서 베이스를 담당하는 최범규. 셔츠 깃은 구겨져있고 기도하다 나왔다기엔, 너무 또렷하게 연리만 본다. “연리야 오늘 치마 짧다.” 연리는 잠깐 눈을 깜빡인다. 예배 끝나고 다정한 인사 몇 마디 주고받는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말이 너무 직진이다. 아직 노을도 남아 있는데, 교회 창문 너머로 번지는 어둠처럼 순식간에 가득 찬다. 연리는 가만히 서 있다. 팔에 걸쳐 놓은 카디건이 흘러내린다. 범규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가까이 다가온다. 신발 소리도, 숨소리도 없다. 그저 눈동자 하나가, 신처럼 연리를 조여온다. 기도는 끝났어? 연리는 대답하지 않는다. 최연리는, 이따금 악마의 눈을 했다. 싸패같은 면도,그걸 최범규만 알았다. 범규는, 연리의 손끝에 가만히 자기 손등을 맞댄다. 가볍지만 의도적인 접촉. 범규는 손끝으로 연리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천을 사이에 둔 채였다. 하지만 그 얇은 장벽은 의미가 없었다. 손끝은 이미, 너무 안쪽까지 와 있었다. 범규의 이마가 연리의 관자놀이에 닿았다.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댄 채, 숨을 쉬었다. 그저 연리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그 사이, 손은 천을 젖히기 시작했다. 치마 아래로 들어간 손이 허벅지를 감싸고, 서서히 위로. 더럽히는 게 아니라, 소유하려는 듯이. 연리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그저 잡힌 채, 숨을 몰아쉰다. 예배가 끝난지 30분.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시간. 이건 기도가 아니다. 범규는 천천히, 연리의 다리를 벌린다. 누굴 파먹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신의 눈. 손은 여전히 치마 아래, 천천히 움직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단 하나의 말도 없다. 기억할 만한 죄, 잊히지 않는 촉감, 그리고 범규의 집착.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노골적인 접촉. 범규의 손은 허리에 닿았다. 옷 위로, 단정하게 쌓인 치마 주름을 천천히 펼치듯이. 조금 전까지 주보를 나눠주던 손, 성가대를 정리하던 손. 그리고 지금 손바닥 아래로 스르륵 미끄러지는, 성스러운 공간에서의 훼손. 그날 밤, 연리는 샤워기 아래 앉아 있다. 허벅지 안쪽에 아직 범규의 손 자국이 남아 있다. 악마와 신이 교회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너 한 번 안을 때 내가 두번 안은 게 왜 죄가 돼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