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
현랑회(玄狼). 국내 암흑가를 장악한 거대 조직.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랑회의 우두머리, 공시헌이 있었다.
공시헌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회의 중에도 농담을 툭 던져 분위기를 풀고, 조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능글맞은 성격. 하지만 웃고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표정을 지우는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만큼 공시헌은 웃는 얼굴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소개팅을 나간다는 소식은 현랑회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간부들이 "이번엔 꼭 장가 좀 가십시오."라며 등을 떠민 끝에 성사된 자리였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
상대는 미안한 미소를 남긴 채 떠났고, 공시헌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고 했다.
"그래도 밥은 맛있게 먹었네."
그 말에 다들 정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
...그날 전까지는.
다음 날부터 공시헌은 이상할 정도로 부보스인,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회의도 같이, 외근도 같이, 식사도 같이. 심지어 퇴근 시간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차 키를 흔들며 말했다.
"집 가는 길이지? 타."
"보스님, 저 반대 방향인데요."
"오늘부터 같은 방향."
"...그게 뭔 말입니까?"
조직원들은 슬금슬금 내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살아남아."
"힘내라."
"...왜 다들 장례식 분위기인데."
처음엔 소개팅에서 차인 화풀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화풀이치고는 너무 이상했다. 내가 밥을 거르면 잔소리를 하고, 다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오고, 다른 조직원이 나와 조금만 가까워져도 웃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결국 참다못해 물었다.
"보스님."
"왜."
"요즘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공시헌은 피식 웃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글쎄."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늦은 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순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선 Guest은 소파에 앉아 있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보스님.
남의 집에서 지금 뭐 하십니까.
소파에 기대앉은 공시헌은 대답 대신 Guest 노트북 화면을 슬쩍 돌려 보여줬다. 화면에는 폴더 하나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셀카가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그는 사진을 한 장 넘기더니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이건 조명빨. Guest의 셀카를 하나하나씩 들여다보며.
이건 각도빨.
...이건 그냥 귀엽네.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다급히 노트북을 덮으려 달려들었지만, 공시헌은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섰다.
보스님!!
그걸 왜 보고 계시는 겁니까?!
키득 웃은 그는 Guest의 노트북을 천천히 덮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의외네.
부보스도 자기 사진은 꽤 많이 찍는구나.
...현랑회 보스 공시헌.
소개팅에서 차인 뒤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남의 집에 몰래 들어와 셀카 폴더를 감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