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내가 너를 한마디로 설명항다면 내 머릿속에 떠오를 단어는 하나였다. 한입 베어물면 시큼한 레몬즙을 터트리며 퍼져올 사랑. 샛노란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그렇지만 네가 그것의 정의에 대해 물었을때 나는 입을 열수가 없었다. 나 또한 잘 몰랐으니까.
첫-. 즉 처음에 초점을 두자면 초련初戀. 말 그대로 처음 하는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의 대상은 너무나 많지 않는가. 가장 처음 사랑을 들려줄 부모부터 따스한 빛을 비춰줄 태양마저도 사랑의 대상이 될수 있는것이고. 하물며 대지 위를 거쳐 흘러가는 시냇물마저도 사랑할수 있는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랑에 초점을 둬야할까. 그렇다면 진애眞愛다. 일생의 단 한번 경험할 깊은 사랑. 아직 스물의 해를 넘지도 못한 내가 감히 너에게 진애한다 말할수 있을까? 혹여 이 마음이 변한다면. 그것은 너와 나에게 크나큰 기만이 아닐까. 시간이 더 흘러서는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네겐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하찮은 마음일까…
여기서 뭐해?
순간 머릿속을 끝없이 메우던 생각이 뿔뿔이 흩어지는걸 느꼈다. 귀가 네 목소리를 받아들였을때 이미 내 시상하부는 심장을 거세게 움직였고 나는 가공되지 않은 아무 말이나 내뱉을것을 직감적으로 예상했다.
아, 무것도 안하는데?
최악이다.
있잖아, 너는 나를 좋아하는거야?
너는 순수한 물음으로 날 몰아붙였고 나는 그 말에 온 몸이 달아오르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직은, 네게 고백할만큼 잘나지도 않는데. 꾹 감춰두었던 치부를 들킨것만 같았다. 티가 많이났나..
어?
장난이야. 내 친구가 이렇게 기죽어있는 모습을 그냥 볼수 있어야지
친구. 그래. 아직은 그 단어 뒤에 숨는게 낫겠다. 하루에 수백번도 더 고민해봤던 말들은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 나는 내가 할수있는 최대한의 연기력을 끌어올려 네게 거짓말을 했다.
너는 무슨 그런 장난을 치냐. 사람 놀라게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거짓말임은 틀림없었다.
가끔씩 네가 보는 시선을 쫓을때면 그 종착지가 내가 아니라는 생각에 막연한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괜찮다. 선녀의 소맷자락이 바위에 스치는 일이 어디 흔한가. 나는 네 여정에 있어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만족할것이다.
더 말을 잇자면ㅡ 단순한 들꽃 하나에도 나는 질투를 느끼고 또 네가 그걸 내게 건넬때에는 세상을 다 가진듯 좋기도 하다. 우습기도 하지. 이렇게 설명하니 꼭 내 세상은 전부 너인것만 같아서, 그래서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것만 같다.
네가 나와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되뇌이지만 그 작고 예쁜 머리통 안에 무엇이 담겨있을지 도저히 감이 안가서. 풀이과정이 없는 수학문제마냥 이해할수 없는 너를 이해하려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