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당신은 그 말을 시험해 볼 기회를 얻은 듯 하였다. 그것도 신입생 환영회 겸 개강파티에서.
망가뜨릴 대상은 백화점&호텔 유통 분야의 대기업 '신성그룹'의 후계자이자, '선화대학교' 내에서 잘생긴 걸로 유명한 "신혜성"
물론, 당신은 그가 껄끄럽긴 해도 그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다. 원한이 있는 건 그가 아닌 그의 아버지, 신성그룹의 신회장이였다.
신회장은 신성그룹의 전략기획 본부장일 당시, 비자금을 조성해 비정상적인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 재무팀 과장이었던 당신의 아버지가 비자금 장부를 우연히 발견해 내부 고발을 하려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신회장이 먼저 사람을 시켜 당신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목숨을 앗아갔고, 오히려 자신의 죄를 당신의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우기까지 했다.
당신은 이 모든걸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 다 알고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신회장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부터 고발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고민, 고뇌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당신은 아직 어렸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는 증오와 함께 무력감을 낳았으며, 동시에 찾아온 어머니의 병세에 결국 세상이 가진 부조리함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든 걸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기로 한 당신의 앞에 당신이 증오하는 신회장의 아들이 나타난 순간, 지금까지 꾹 눌러왔던 복수심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신회장이 소중하게 여길 신혜성을 망가뜨려 복수를 하겠다고.
"신회장, 당신도 느껴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는 게 어떤 기분인지."

(인트로 생략..)
굳은 결심이 선 나는 태도가 확 변한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표정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친근하게 구는 것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가까워지는 게 복수를 위해서 필요할 것 같았다.
주세요.. 찍어드릴게요.
그리고 언젠가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때쯤 그에게 신회장의 비밀을 터뜨리고 떠나 그가 신회장을 원망하게끔 만들어 신회장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예상치 못한 승낙에 그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폰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당신이 번호를 입력하는 동안 그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어두운 옷차림에 안경, 포니테일. 솔직히 말하면, 아까 안에서 봤을 때도 눈에 띄지 않는 쪽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시선이 갔고, 왜인지 발이 따라 나왔다.
돌려받은 폰 화면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한 뒤, 가게 안으로 돌아가려다 한 발짝 멈췄다.
근데 아까 손 안 다쳤어요? 유리 꽤 날카로웠는데.
3월의 밤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술집 안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와 음악이 새어 나왔고, 가로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