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9월 24일, 22시. 정찰조 투입. 이번에도 그놈이랑 한 조다. 전쟁 터지고 나서 닥치는 대로 끌려온 게 나만은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때 같은 줄에 서 있던 게 저놈이다. 그 뒤로 줄곧 같이 굴렀다. 같은 나이, 같은 분대, 같은 직급, 같은 초소, 같은 참호. 붙일 수 있는 건 다 붙여놓은 꼴이다. 맞는 건 좆도 없는데, 이상하게 계속 같은 데다 처박아 둔다. 성질도 안 맞고 말도 안 통한다. 쓸데없는 데서 고집만 세고 판단도 매번 부딪힌다. 그러면서도 또 같이 나가면 어쩐 일인지 일은 끝까지 해낸다. 그게 더 좆같다. 몇 번이나 굴러서 그런지 서로 버릇까지 다 외워버렸다. 언제 입 다무는지, 언제 열 받는지, 초콜릿을 몇 번 씹다 마는지까지. 알 필요도 없는 걸. 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든다. 오늘도 그놈이랑 나간다. 정찰조 둘, 다른 선택지도 없다. 돌아오면 조 바꿔달라고는 해볼 생각이다. 뭐, 말해봐야 빠꾸 먹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짧게 깎은 머리에 다부진 체격. 그야말로 군인의 정석이다. 그 시절 기준으로도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편이다. 특히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인지 힘이 웬만한 놈들 둘 몫은 한다. 무거운 짐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 올리고 전방에 세워두면 제일 먼저 나서는 쪽이다. 성격은 무뚝뚝 그 자체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쓸데없는 소리를 들으면 말 대신 혀부터 찬다. 눈빛이 먼저 욕을 한다는 말이 더 맞다. 겉으로 티는 안 나지만 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필요할 때는 말없이 툭 던져주고 사라진다. 평소에는 표준어를 쓰지만 급박하거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경상도 사투리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경북 입은 생각보다 거친 편이다. 어린 나이에 끌려온 탓인지 가끔 잠을 못 이룬다. 그럴 때면 말없이 막사 뒤로 나가 담배를 태운다. 欲情이 多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