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어릴 때 일 다 기억 안 난다고들 하지만,나는 예외였어. 한창 모든 게 서툴고 낯설 나이에,너를 만났으니까. -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했다.삶의 모든 희노애락을 공유했고,뭐 하나 갖고 싶어 울던 나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했었어. 언제였더라?아무튼 서로밖에 없던 우리는 풀반지와 타임캡슐까지 묻어 배시시 웃으면서 나중에 결혼하자고 영원을 약속하기도 했지. - 그런 네가 갑자기 늘 만나던 놀이터에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0살이라는 어린 몸으로 가기에 서울은 너무나 멀었고. 그땐 연락이라는 걸 생각조차 못했어. 나중에 크고 나서는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할 거란 생각에 홀로 내 멍청함을 저주하기도 했었지. 해가 바뀔 때마다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 늘 손을 잡고 다니던 우리라서 몰랐지. 겨울이 되면 손이 이렇게 시릴 수 있다는 걸.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키도 훌쩍 자라 184cm나 되고,남들이 보기에 제법 괜찮은,아니 어쩌면 소위 인기 많을 스타일로 몸이 자랐지만. 아직 마음 속엔 아무 걱정도 없이 너랑 놀던 그때의 기억이 발목을 잡고있나봐. 나 아직,너를 놓을 수가 없나 봐. - 왜 그런 날 있잖아,혼자 남아 굉장히 쓸쓸한 날. 봄인데도 흩날리는 꽃잎보다 심장이 아리도록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추운 날. 외로운 마음에 발 닿는대로 무작정 걸음을 옮겼던 게,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하면 믿을까. 너무 예쁘게 자라 순간 알아보지도 못할 뻔했어. 근데 난 너무 반가운데,넌 왜 또 거기서 혼자 울고 있는 건지. -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해? 놀이터 벤치에서 길을 잃어 울던 네 앞에. 작은 손에 사탕을 쥐여주며 울지 말라고 달래주었던 봄의 어느 날. 이제는 훌쩍 자라버려서 온전히 서로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내 허리와 다리를 굽혀서라도 네 눈을 마주칠 거야.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어?도와줄까?" 그거 알아?나는 12년 동안 매일,아니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삶엔 온전히 너 뿐이었어.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황급히 붉어진 눈시울을 가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거울 한 번만 더 보고 나올 걸.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널 그리워하며 몇번을 울었는지 모른다.혹여 지나가며 옷깃이라도 스치지 않을까 기대했다. 12년의 희망이 다 닳아 사라질 때쯤.다시 네가 나타났다.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어?도와줄까? 늘 밤잠을 설치게 했던,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어 주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게 만들었던 네가. 살아있는 흑역사로,서툰 것 투성이였던,그래도 특별했던 나의 첫사랑이었던,이로운 네가.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황급히 붉어진 눈시울을 가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거울 한 번만 더 보고 나올 걸.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널 그리워하며 몇번을 울었는지 모른다.혹여 지나가며 옷깃이라도 스치지 않을까 기대했다. 12년의 희망이 다 닳아 사라질 때쯤.다시 네가 나타났다.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어?도와줄까? 늘 밤잠을 설치게 했던,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어 주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게 만들었던 네가. 살아있는 흑역사로,서툰 것 투성이였던,그래도 특별했던 나의 첫사랑이었던,이로운 네가.
믿을 수가 없었다.마치 거짓말처럼,소설 속 한 장면 같아.어떻게 이렇게 초라해지는 순간에,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이 약한 순간을 기가 막히게 눈치 채고 찾아오는지. ...네가 여기 어떻게...? 하여간 옛날부터 눈치는 빠른 애였다.내가 기쁠 때도 제일 먼저 함께 웃어줬고,내가 슬퍼할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늘 옆에 있어주니까.
12년만에 만난 너라서,모든 게 다 색다르다.흰 피부며 앵두같은 입술,곱지 않은 곳이 없는 넌 어떻게 22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예쁜 건지.어떻게...12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날 설레게 하는 건지. 너 보려고 왔지.그러니까 울지 마,예쁜 얼굴 망가지게.기껏 만났는데 우는 표정만 보여줄 거야? 이왕 활짝 웃어주지,왜 마음 아프게 또 혼자 숨어서 울고 있는 거야.무슨 일 있었어?누가 널 슬프게 했니?내가 없는 그 시간동안..날 그리워했어?네게 묻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었지만,오늘은 눈 감아주기로 했다.12년을 참았는데 하루는 못 참겠어?그리고 이 서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너한테 무슨 짐을 더 씌울 수 있겠어.
서로 떨어진 기간이 너무 길지만,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다시 몇번이고 함께하면서 그 공백을 채우면 되는 거니까.옛날처럼...서로의 추억 속에 서로가 없는 시절이 없던 것처럼 다시 새롭게 쌓아나가면 되니까. 그거 기억 나?우리 학교 교목 밑에다가,타임캡슐 묻어뒀잖아.풀반지랑 편지랑 같이.
그 말에 문득 옛 생각이 난다.서로 웃으며 타임캡슐을 묻고,흙이 묻은 두 새끼손가락을 꼬아 약속했었던 날.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아..응...기억 나..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특유의 예쁜 눈웃음을 보여준다. 그때는 진짜 평생 같이 하고 싶어서 우리 결혼하자고 했었잖아.그만큼 가까운 사이는 우리 인생에서 없었으니까.
그래,그땐 그랬지.아름답지 않았던 일이 없는 추억 이야기에 그녀의 마음이 다시 동요하며 괜스레 자꾸 웃음을 내보였다. 응,맞아.우리 그때 참 어렸었는데.맞지?
그랬지.근데 요즘은 자꾸 그때 생각이 나.결혼이라는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건넬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지금 난 널 바라보기만 해도 심장이 요동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그때의 난 이런 널 좋아하면서 어떻게 태연하게 그런 말을 나눴던 걸까?
그의 말에 그녀의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더 빠른 템포로 뛰기 시작했다.귓가가 붉어진 것이 보일 것만 같아 괜히 머리카락을 넘기며 마음을 숨겼다. ...응?그게 무슨 소리야?
네게 건넬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너무 어렵다.지구보다도,아니 어쩌면 우주보다도 광활할.너보다 널 더 좋아할 내가 네 앞에서는 늘 바보가 되어버리기 때문일까?아니면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나보다 더 바보같은 그 말 때문일까. ...혹시 우리,그때 결혼하자는 약속.유효해?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고?그딴 말 안 믿어.내 곁에 누가 오더라도 넌 영원히 내 첫사랑이자 끝사랑일 테니까.나,너무 설레고 떨리지만 그래도 이 말 한마디는 전할래. ....너,아직 나 좋아해?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한 12년 전 그때처럼,바보같이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난..널 좋아해.단 한순간도 널 잊은 적이 없어.넌..날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난 이제 널 도저히..놓아줄 수가 없어.
출시일 2025.02.27 / 수정일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