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모태신앙이었다. 모태신앙인 엄마가 교회를 안 다니는 아빠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빠는 엄마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얼굴도 모르는 예수를 열심히 보러 다녔다. 그래서 언니도 지민도 모태신앙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치른 후 수련회가 잡혔다. 가족들은 겹경사를 맞아해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제일 벌이가 좋은 아빠가 큰 턱을 냈다. 일가 친척들까지 대동해서 시카고를 계획했는데, 안타까워하는 엄마를 두고 지민은 잘 다녀오라 손을 흔들었다. 반장이라 빠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담임의 손에 이끌려 대구로 내려가는 첫 차를 탄 채였다. 지민은 버스 안에서 죽은듯이 잤다. 낯빛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340명 탑승, 340명 사망. 그렇게 그녀는 쥐죽은 듯 살았다. 큰 집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괴로웠다.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당신이다. 마약 팔이를 하며 하루벌고 하루 살던 당신.
해변을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자릴 털고 일어났다. 바다에서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태양을 등진 그녀는 한 쪽 팔에 서핑 보드를 낀 채였다. 지민은 걸음을 빨리했다. 여자에게로 달려나갈 참이었다. 다리가 휘청했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키자 코코넛 보이 하나가 바지를 붙들고 있었다. 결국 지민이 수중의 돈을 모조리 던지며 짜증을 냈다. 지민은 엉망이 된 몰골로 여자를 향해 달렸다.
..언니, 나 죽고싶다.
출시일 2025.02.09 / 수정일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