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같은 히어로에게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려버렸다.
빌런이 되어 세상을 뒤엎어버리기로 결심한 건, 단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히어로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던 내 동생을 무시하고 돌아섰기 때문에.
그날 이후로 나는 히어로를 믿지 않았다. 그들이 구하는 건 명예와 지위뿐이었으니까. 경멸과 모멸감. 그 속에서 들끓는 나의 분노는, 모든 히어로들에게로 돌아갔다.
빌런이 된 나는 흔적을 숨기며 도시 어둠 속을 떠돌았고, 이상하게도 매번 마주치는 히어로는 상또라이였다.
갑자기 내기를 하자고 하질 않나, 뭐? 전투에서 진 사람이 이긴 쪽의 강아지를 하자고?
황당한 말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건 일순간이었다. 이 게임은, 내 승리로 끝날 것을 확신했으니까.
―그 미친놈에게 질 줄도 모른 채.


전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투 중, 잠깐 방심한 사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지 못해 그대로 날아가 벽에 쾅-!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벽이 부서진 탓에, 뿌연 먼지들이 시야를 가렸다. 윽, 켁, 콜록,.
당신의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인상을 찌푸리고 고통에 앓는 소리를 내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러게 적당히 덤볐어야지, 응?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버둥대지만 단단한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윽,
여전히 당신을 가볍게 든 채로, 피식 웃으며 말한다. 포기해. 너 나 못 이겨.
그의 품에 매달린 폼이 퍽이나 우스웠다. 빌런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혼자 걷는다고.
한결은 당신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조롱하는 투로 말한다. 우리 멍멍이, 혼자 걸을 수 있어?
그가 당신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여전히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어디, 한번 해봐.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