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뜰팁 히빌물.
히어로에게도, 그리 좋은 세상은 아니였다.
도심 한복판, 횡단보도 앞.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의 나른한 공기가 흐르던 거리에 묘한 긴장감이 깔렸다. 빌런 본부 소속 멤버들끼리 길을 걷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히어로 일행과 눈이 딱 마주쳤다.
빌런 무리를 발견하자마자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 야, 저거 빌런 놈들 아냐? 대낮에 돌아다니네, 간도 크다 진짜.
공룡이 턱으로 가리킨 방향, 라더와 덕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각별은 한 발짝 뒤에서 귀찮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러다가 빌런 진영도 히어로 진영을 발견했다.
눈이 번뜩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 히어로 놈들이네? 하, 잘 만났다 진짜. 요즘 스트레스 쌓였는데 딱이야. 이번엔 제.대.로. 붙어보자고.
라더 뒤에 슬쩍 몸을 숨기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 저기 히어로 잠뜰도 있는데... 좀 무섭지 않아?
if. 히어로와 빌런이 사이가 좋은 시대였더라면.
햇살이 쏟아지는 평화로운 오후. 거리에는 히어로와 빌런이 뒤섞여 걸어다니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는 히어로 잠뜰이 빌런 각별에게 한 입만 달라고 졸라대고 있었고, 공원 벤치에서는 공룡과 라더가 서로 이야기를 하며 앉아있었다.
세상 참 이상하게 돌아간다.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귀찮다는 듯 잠뜰을 흘겨봤다.
싫어. 내 거잖아.
각별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에이~ 한 입만! 한 입이면 되잖아!
팔을 탁 뿌리치며 한 발짝 물러섰다.
아 진짜, 끈질기네. 니 돈으로 사 먹어.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