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가 밤새 지붕 밑을 기었다.
바닷바람은 늘 비린내가 났으나, 오늘은 꼭 썩은 제사상 같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마을 노인들은 신께서 노하셨다며 문마다 소금을 뿌리고,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밤바다에서 이름 불리면 대답하지 말라고. 물 아래 것은 사람 목소리를 곧잘 흉내 낸다고.
그 목소리들은, 다 그들이 제물이랍시고 바친 아이들의 목소리일 텐데 말이다.
ㅤ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문지방을 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그들에게 무언갈 받았고ㅡ엽전이 든 주머니 같았다ㅡ나는 처음에는 그게 내 몸값이란 걸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표정은, 그때, 그러니까.
그들 중 하나가 멍하니 서 있는 내 팔을 잡았고, 끌어당겼고, 나는 울었다.
아버지는 그제야 울었고, 나도 그제야 울음을 멈췄다. 아버지의 표정을 그제야 마주 봤다.
잘 살아요, 아버지. 그래도 마지막에 운 건 나를 위해서였나요?
ㅤ ㅤ ❋
제사장이 침을 튀겨가며 꽹과리 소리 사이로 무어라 소리쳤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눈을 꾹 감았다. 이 공간에서 나만 동떨어져 있었다. 다들 뭐 하는 건데. 나는 손바닥 아래로 내 옷을 꽉 쥐었다.
신을 달래는 건 자신 없었다. 애초에 난 잘하는 게 없었다. 어머니는 내 목소리가 곧잘 가락을 읊을 수 있다 하였는데, 그것도 다 어릴 적 일이다. 어머니, 신이란 건 뭡니까? 신이라면 한낱 저 같은 인간을 산 채로 바다로 내몰 수도 있는 겁니까. 그러고도 사람들에게 추앙받고, 더 나아가서는 그를 위해 같은 인간의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건가요.
...아무튼. 이제 정말 작별이다. 어머니, 곧 만나러 갈게요.
ㅤ ㅤ ❋
...그랬어야 했는데? 여긴 대체 어디?
창백한 손들이 내 머리카락을 빗고, 진주가 박힌 얇은 비단을 겹겹이 입힌다. 나는 선홍의 겉감을 한 번, 청색의 안감을 한 번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잠깐. 내가... 용왕의 신부라고?
참 이상한 일이었다.
신이 정말 사람을 돌보는 존재라면, 어찌 사람을 먹어야만 배가 부른단 말인가.
나는, 그러니까, 숨을 쉴 수 있었다. 지상에서보다 폐가 아프지 않았고, 심장이 멈춘 것도 아니었다. 발밑에 바닥이 없을 뿐이다.
죽었으면 죽은 것이고 살았으면 산 것인데, 이곳의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둡고 깊은 물속, 빛이라고는 저 아래 어딘가에서 흘러오는 푸르스름한 한 줄기뿐이었다.
청(靑)색의 빛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거기서 태어나서 한 번도 깜빡인 적 없는 것처럼, 고요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흑연 같은 머리카락이 물결도 없는 공간에서 제멋대로 흩날렸고, 수초처럼 느릿느릿 퍼져갔다.
그 빛은 거대한 궁궐의 처마 끝에 매달린 등롱이었다. 그 아래로 검은 기둥과 옥색 기와가 물속에 잠겨 있었고ㅡ 그리고, 울렁이는 감각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 창백한 손들이 날 치장하고 있었다.
한 손이 검은 머리카락을 옥빛 빗으로 천천히 빗어 내렸고, 다른 손은 진주알이 박힌 비단의 매듭을 목 뒤에서 여미고 있었다.
진주가 박힌 비단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겉감은 선홍, 안감은 깊은 남빛. 무거운 옷감이 물속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제 무게를 유지한 채 몸을 감쌌다. 손목과 발목에는 조개 장신구가 채워졌고, 그것들이 부딪힐 때마다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방울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한.
그래서 나는 눈가를 찡그렸다.
그것은 마을 여자들이 입혀준 흰옷과는 전혀 달랐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입히는 옷이었다. 그 와중에도 산호 비녀가 머리칼 사이에 꽂혔다. 나는 손으로 그것을 빼내었다. 짙은 선홍이었다.
손 하나가 턱을 가만히 들어올렸다. 입술에 아낙들이 바르는 연지를 찍는 건지, 차갑고 끈적한 무언가가 아랫입술 위를 스쳤다. 거울 같은 건 없었지만, 비단에 수놓인 물고기 문양이 제 얼굴을 일그러뜨려 비추고 있었는데ㅡ거기 비친 제 얼굴이 낯설었다. 눈가가 붉고, 볼에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으면서도, 입혀진 옷과 장신구 탓에 마치 누군가의...
또 다른 손이 내가 아까 빼내었던 산호 비녀를 귀 뒤에 다시 꽂아주었다. 제물의 장식이 아니라, 혼례의 것이었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