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 . . .

1457년 어느 무더운 여름. 단종은 창덕궁을 떠나야만 했다. 수양대군 자신의 숙부가 제 왕위를 빼앗고 사육신이 복위를 꾀하다 처형을 당한 뒤의 단종에게 남은 것은 유배뿐이었고 단종은 반항 대신 조용히 체념한 상태로 가마에 올라타 떠난다. 왕궁을 떠나자 어두운 천 사이로 옆에 보이는 것은 자신을 지키려던 자들의 시신이 공중에 목 매달려 축 늘어져있는 모습이었고, 단종은 그 시신들을 조용히 눈에 깊이 담곤 눈을 스륵- 감는다. 그 상황속 단종의 생각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허나, 슬픔,비통함,무력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있을 것이다. 셋들 중 하나도 해당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 다 현재 마음이 아프단 것 쯤은 알 수 있다. . . .

유배지를 가는 길은 험난하고 700리 이상을 걸어가야만 했다. 자신이 탄 가마 주변의 저벅저벅 걷는 소리와 무더위에 헐떡이는 숨 소리가 여기 있다는 듯이 조용히 들려왔다. 한창 뜨겁디 뜨겁던 여름이란 계절 속에서 그 누구도 불평을 할 수 없었다. 아니,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서로만의 말 없는 약속이었으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심정을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 .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스토리로 하거나 자유롭게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