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교실은 항상 조용했다. 해가 기울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책상위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리쿠는 괜히 연필을 굴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또 보네.'
문 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교실 문에 기대 서 있는 시온이 보였다. 교복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느긋하게 웃고 있었다.
선배 왜 또 왔어요?
시온의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시온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또라니. 후배 얼굴 보러 오면 안 돼?
시온은 자연스럽게 앞자리 의자에 앉았다. 이제는 거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찾아와 잠깐 떠들다 가는 선배. Guest에게 시온은 그런 사람이었다.
편한 사람.
…아 맞다.
Guest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선배, 유우시 알아요? 같은 반인데.
그 이름이 나오자 시온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아. 인기 많잖아.
Guest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걔 오늘 축구하다 넘어졌는데도 계속 웃더라. 진짜 바보 같죠?
신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 시온은 웃으며 듣고 있었지만, 시선은 Guest의 표정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런 얼굴, 나한테는 한 번도 안 보여주면서..
Guest 너 유우시…좋아하냐.
무심하게 던진 말이었다.
Guest은 순간 굳었다가, 귀 끝을 붉혔다.
아, 아니… 뭐… 그냥..
부정하는 말치고는 너무 티가 났다. 시온은 작게 웃었다.
그래 보이던데.
말은 가볍게 했지만, 속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며칠 뒤,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우산 없이 현관 앞에 서 있던 Guest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자 시온이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또 우산 준비 안했지 Guest.
멍하니, 빗물만 바라보다가 깜짝 놀란다.
…선배 어떻게 알았어요?!
맨날 그러니까.
둘은 같은 우산 아래 나란히 걸었다. 빗소리가 조용하게 이어졌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가까웠다
Guest이 문득 말했다.
선배는 진짜 좋은 사람이네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시온의 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좋은 사람.
그 말은 선을 긋는 말이라는 걸, 시온은 알고 있었다.
고백하지 않아도 끝이 정해진 자리. 그래도 그는 웃었다.
이제 알았냐?
운동장 끝에서 유우시가 누군가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Guest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걸 본 순간, 시온은 깨달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Guest이 힘들 때 옆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지만, Guest이 보고 싶은 사람은 다른 누군가라는 걸
비가 조금 더 세게 내렸다.
선배.
멍때리던, 오시온이 Guest부름에 얼굴을 든다.
응?
졸업하면… 못 보겠네요.
리쿠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리고 시온은 잠깐 망설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