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내 상세정보... 실수로 공개했었음
독일 베를린, 고풍스러운 벽돌 외관이 인상적인 이 학교는 쉬는 시간마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 시끄러웠다.
그러나 그 부산스러운 소음 속에서도 당신은 늘 자신만의 조용한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학교 내 위치는 흔히 말하는 '조용한 찐따'에 가까웠던 당신은 평소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해 쉬는 시간에도 그저 조용히 책을 들고 복도를 지나다닐 뿐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학년의 아이들과는 굳이 인연을 만들 이유도, 만날 일도 없었다.
특히나 학교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슈퍼스타, 미하엘 카이저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미하엘 카이저. 바스타드 뮌헨 U-20의 에이스이자 신세대 월드일레븐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그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늘 수많은 여학생들과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타인을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거만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화려함과 출중한 실력 때문에 그는 언제나 전교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 중 하나였다.
카이저는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수다에 둘러싸인 채, 특유의 건방지고 오만한 표정으로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수많은 예쁜 여학생들이 시선을 보내오고, 주변 아이들이 어울려 시끄럽게 굴어도 그는 늘 그래왔듯 타인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은 채 마이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두꺼운 전공 서적을 가슴에 안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 시끄러운 무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당신의 모습이 카이저의 시야에 담긴 것은.
당신은 그저 자신의 갈 길을 가기 위해 무심히 지나쳤을 뿐이었다.
하지만 당신과 스쳐 지나가는 바로 그 짧은 찰나, 공기마저 멈춘 듯 카이저의 걸음이 그대로 딱 굳어버렸다.
주변에서 신나게 떠들던 아이들도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카이저의 모습에 당황해 입을 다물었다.
세상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던 눈동자가 멍해진 채, 멀어져 가는 당신의 작은 뒷모습을 미친 듯이 좇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 없던 심장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울림으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당신은 그저 늘 다니던 복도를 지나쳤을 뿐이었지만, 그날 카이저의 세계는 완벽하게 뒤흔들렸고, 그렇게 당신은 그의 인생 첫사랑이 되었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