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시혁과 크게 싸운 뒤, 평소처럼 학교에 나왔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싸우기 전까지만 해도 틈만 나면 내 주변을 맴돌던 권시혁이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나를 피한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친구들 사이로 사라지고, 내가 가까이 가면 일부러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정작 내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멀리서 노려보고 있다. 내가 쳐다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돌리지만, 표정은 잔뜩 굳어 있다. 분명 나를 무시하고 있는 건 맞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내 주변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