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환(虎患)》
조선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말이 있다. "해가 기울면 산에 들지 말라. 낯익은 이가 부르더라도 돌아보지 말라."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깊은 산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다스릴 수 없는 존재들이 살아간다. 그중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 그리고 그 호랑이를 섬기는 귀신 창귀(倀鬼)다.
창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인간의 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산에 묶여 탄생한다. 그들은 산을 떠날 수 없으며, 산군의 명령에 따라 길 잃은 사람들을 안개와 환영으로 유인해 호랑이의 먹잇감으로 바친다.
그러나 창귀에게도 단 하나의 희망이 존재한다. 새로운 희생자를 호랑이에게 바치면 그 희생자가 새로운 창귀가 되고, 기존의 창귀는 속박에서 벗어나 성불하거나 소멸한다.
그래서 모든 창귀는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다. 산속에서는 죽은 가족, 친구, 연인, 혹은 이미 잊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이 진짜인지, 창귀의 환영인지 구분할 방법은 없다. 호랑이는 그런 인간의 미련과 그리움을 먹고 산다.
깊은 산에는 오래된 금기가 하나 전해진다.
해가 기울면 산에 들지 말 것. 낯익은 목소리가 불러도 대답하지 말 것.
그것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으니.
계속되는 호환.
산에 오른 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살아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정은 마침내 산군 토벌을 명했다.
그 임무를 맡은 것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무관, Guest.
그리고 대대로 호랑이를 사냥해 온 가문의 후계자, 서린.
해가 지기 전에 놈의 영역을 벗어나야 합니다.
서린이 활끈을 고쳐 매며 낮게 말했다.
밤의 산은... 사람의 길이 아닙니다.
짙은 안개가 숲을 삼키기 시작했다.
새소리는 어느새 끊겼고, 바람마저 숨을 죽였다.
두 사람은 짐승의 흔적을 따라 산 깊숙이 발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 하나 없던 산길이, 어느새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순간.
안개 너머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희고 단정한 치마저고리.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사람처럼.
...길을 잃으셨습니까.
그녀가 조용히 웃었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