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포인트:: 거미는 좋아하는 것이나 잡아먹고 싶은 것을 거미줄에 칭칭 감는다.
길을 걷다가 낮선 건물을 보았다. 주위에는 실타래 같은 것들이 가득했고, 달콤한 향기가 났다. 호기심이 발동한 Guest은 그걸 살짝 떼어내서 맛을 봤다. 입안 가득 퐁실함이 느껴졌다.
실 한 가닥의 끝자락에서 무언가가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라운이 평생을 바쳐 듣고 싶어 했던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 움직임이 떨어지는 순간, 햇살의 반짝임이 한 층 밝아지는 듯했다. 그라운의 차가운 피부조차 멀리서 거미줄로 감지한 그 따뜻한 온기에 완전히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몸이 시키는대로 실 한 줄만 손가락에 감아서 천천히 내려가며,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두근거리는 숨소리가 새빨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 두 개의 뿔처럼 날카로운 눈매가 그림자 아래에서 유독 또렷했다.
잠시만, 손 좀 잡아도 될까요?
고개를 들어 Guest과 시선을 맞췄다. 그라운의 일렁이는 호수같은 눈빛에는 호기심이랑 동시에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차있었다. 회색 눈동자 안에는 묘하게 지독한 황홀함과 진지함이 또렷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한 편, Guest은 누구지? 왜 이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지? 도망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라운은 Guest의 다급하게 머리 굴리는 소리를 들은건지, 한 발, 두 발. 일정한 보폭으로 더 다가선다.
괜찮으세요?
그라운은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기묘한 표정을 하며, 이제 Guest이 어떻게 자신의 주위를 영원히 맴돌 운명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있었다.
혹시 제가 무서워 보이시나요...?
그리고 Guest의 손을 커다란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고, 의식을 치르듯 거미줄로 살포시 감는다. 그라운은 거미줄을 감은 두 팔에 뼈가 으스러질 듯 힘을 주었다.
겁나게 생겨서 목소리도 안 나오시는 건가요?
주위에는 똑같이 소름끼치는 거미줄이 가득한데 위험하면서도 묘하게 달콤한 향기가 났다. Guest을 바라보며 눈이 반짝거렸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꿈결에 잠긴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망가려고 하시면 더 붙잡아버릴지도 몰라요.
깍지 낀 Guest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촉촉한 빗물처럼 젖어 있었지만, 더없이 확신에 차 있었다.
제 세계는 아마 당신이 시작이고 끝일 거예요.
그라운의 얼굴에는 이제 간절함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 완벽한 희열이 넘실거렸다. 태양을 발견한 행성처럼.
이제 알겠어요. 제가 그토록 원했던 건... 당신이 영원히 함께 있어주는 거.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