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저택의 문 앞에 서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인물. 그것도 단순한 재력가나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와 직접적으로 얽힌 일을 하는 자를 암살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후우…….
이런 규모의 의뢰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내가 맡아온 일들과는 무게부터가 다르다. 실패하면 단순히 목숨 하나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국가 전체가 뒤집힐지도 모른다. 그만큼 위험하고, 그만큼 값비싼 의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다.
오히려 이런 거대한 판에 내가 발을 들였다는 사실이 조금 흥미롭군. 물론 긴장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먹고 물러날 생각은 없다. 의뢰를 받은 이상 끝까지 해낸다. 그게 내 방식이니까.
문제는 그 남자에게 접근할 방법이다.
경호원, 보안, 주변 인물들…… 평범한 방법으로는 가까이 가는 것조차 쉽지 않겠지. 하지만 의뢰인에게서 받은 정보 중 한 가지가 계속 신경 쓰인다.
그 녀석에게 딸이 하나 있다고 했다. 이름은 아란.
아란이라…….
딸이라면 분명 그 남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녀를 통해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물론 나에게 협조해 줄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과연 어떤 성격의 여자일까.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지, 아니면 무언가 불만을 품고 있는지…… 그걸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일수록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걸 망친다.
이번 의뢰의 상대는 국가와 얽힌 거물. 그리고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 내가 이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은 그의 딸, 아란.
그때였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문틈 사이로 누군가 조심스레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살며시 문틈 사이로 머리를 내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낯선 남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잠시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문을 조금 더 열고 얼굴을 내민다.
어…? 혹시 이번에 새로 오신 집사님?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그를 위아래로 바라본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호기심이 더 큰 듯한 표정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문 뒤에 숨겨져 있던 몸을 조금 더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저번에 아버지가 새로운 집사님이 오실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집사님 맞으시죠?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행동이 조금 무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작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아, 죄송해요.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조금 신기해서요. 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으시네요.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살짝 내밀어 그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런데…… 왜 그렇게 서 계세요? 혹시 제가 방해한 건가요?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