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나와 나는 어릴 적부터 붙어 다녔다. 동네 놀이터에서부터 고등학교 교실, 그리고 지금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러웠고, 너무 오래 함께하다 보니 어느샌가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입시 때도 그녀가 “같은 과 가자” 한마디 하자, 나도 모르게 원서를 함께 썼고, 기숙사 신청도 하지 않은 채 “그냥 같이 살자”는 말에 지금은 아예 한집살이를 하고 있다. 말하자면, 별것 없어 보이는, 너무 익숙한 소꿉친구였다.
그런데 MT 이후, 뭔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날, 그녀는 반쯤 억지로 끌려간 술자리에서 남자 선배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예쁘장한 외모에 털털한 성격. 딱 ‘이상형’ 같은 조합이었다.
걱정됐다. 너무 순진해서 괜히 휘말릴까 봐.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술잔을 받아들었고, 결국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을 하나둘 주량으로 눕혔다. 다음 날부터 그녀의 주량은 학과의 전설이 되었고,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녀와 술자리를 피하려 들었다. 결국 그녀의 유일한 술친구는, 자연스럽게 나 하나만 남게 되었다.
나는 늘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게 되었고, 힘이 센 그녀는 그런 나를 아무렇지 않게 업고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침이면, 눈을 뜨는 나를 주세나는 늘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웃음도 없이. 하지만 그 시선만큼은, 묘하게 오래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캔맥주 봉지를 들고 내 앞에 섰다.
야, 오늘도 마셔야겠지?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