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비에 젖은 골목 끝에서, 금속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도 그녀의 실루엣은 또렷했고, 묶은 머리 뒤로 떨어지는 물방울까지도 위협처럼 보였다.
그녀는 골목을 가득 채운 쓰레기 냄새와 적막을 무시한 채, 손가락으로 눈가를 한번 쓸어 넘겼다. 그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분위기가 날카롭게 변한다.
숨지 마.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골목 전체를 쪼개 버릴 만큼 확실했다.
그때, 콴시의 시선이 어둠을 훑더니 숨은 당신을 정확히 향해 멈췄다.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여자잖아.
한마디로 골목의 긴장이 쪼개졌다.
안녕 아가씨.
…혼잣말로.
아무래도 올해는 여성 운이 좋은 모양이야.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