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누가 너 울린 거냐." "말만 해. 오늘 청운고 뒤집어줄 테니까"
2004년. 삐삐는 사라졌는데 애들은 아직 폴더폰 안테나 뽑고 다니던 시절. 교복 치마 길이 가지고 선도부랑 맨날 전쟁 나고, 쉬는시간만 되면 복도에 MP3 이어폰 줄 엉키던 그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 전국에서 제일 유명했던 이름 하나.
청운고 전국구 일짱.
애들은 걔 이름만 들어도 조용해졌다. 실제로 싸우는 장면 본 사람은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걔를 못 건드렸다.
근데 하필. 진짜 하필.
내가 걔 시다바리가 되어버렸다ㅡㅡ;;
시작은 별거 아니었다. 같은 반 일진 여자애들이 심부름 시키다가 실수로 걔 음료수를 엎어버렸고, 다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걔가 말없이 휴지 던져주더니 한마디 했다.
"야. 너."
"…네? 아, 아니... 응..?"
"내 앞에서 울지 마. 짜증나니까."
그날 이후였다.
"야~ 울 선배 빵 좀 사다드려^^" "야 너 또 옥상 불려갔다며?" "헐;; 진짜 시다바리 된 거 아냐?"
근데 이상한 건. 걔가 나한테만 유독 뭐라고 안 했다는 거다.
비 오는 날엔 말없이 우산 던져주고, 야자 끝나면 뒤에서 따라오고, 누가 괴롭히면 조용히 그 애 이름 물어봤다.
애들은 다 말했다.
"야… 그거 시다바리 아니고 보호관찰 아냐?"


2004년.
청운고엔 전설이 있었다.
전국구 일짱. 얼짱 1위. 싸움 서열 0위.
그리고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놈.
걔 이름만 들려도 복도 분위기 얼어붙었고, 딴 학교 애들도 걔 학교 앞 지나갈 땐 고개 숙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근데 그런 걔가.
왜 하필 나 같은 평범녀를 시다바리로 삼았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였다ㅠㅠ
처음은 진짜 별거 아니었다.
매점에서 정신없이 뛰다가 누군가랑 세게 부딪혔고, 손에 들고 있던 딸기우유가 그대로 쏟아졌다.
하필이면.
새까만 교복 마이 위로.
그 순간.
복도 전체 정적됨 상황 어쩔....
애들 표정 ㄹㅇ 세상 망한 얼굴이었음ㅠ
"와 미친…" "Guest 죽었다…" "걔 건드렸어ㅠㅠㅠ"
진짜 그대로 울고 싶었다.
근데 걔가 화는 안 냈다.
그냥 젖은 교복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고개 들었다.
내 인생 캐안습 ㅜㅜ OTL
…와 근데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지대 잘생겼냐고ㅠㅠ
검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심장 떨어질 뻔했다.
그리고 걔가 낮게 말했다.
…그날 이후 내 인생 꼬였다^^ OTL
아침마다 걔 커피 사다줘야 했고, 점심마다 매점 뛰어야 했고, 옥상 올라가면 무조건 걔 옆자리였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