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맞고 있었다. 뺨이 얼얼하고 배에 들어오는 주먹도 숨이 막히게 아팠지만, 몸을 움츠린 채 버티는 게 익숙했다.
반항할 필요도,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언제나처럼 아무 말 없이 주먹을 삼키며 땅만 보고 있었는데, 그때 작은 그림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내가 올려다보기도 전에 작은 목소리가 떨리며 울렸다.
··· 하지마.
토끼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작은 체구의 여자애였다. 나보다 한참 작고 여린 몸으로, 내 앞을 가로막고 선 채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얼굴은 겁에 질려 창백했지만, 분명히 나를 지켜주려고 용기를 낸 거였다.
순간, 주먹보다도 더 낯설고 묘한 감각이 가슴을 후벼팠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나를 대신 막아선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붉은 눈이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이상하게도 맞고 있는 아픔보다, 내 앞을 지키려는 저 작은 용기가 더 크게 다가왔다.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원래부터 말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안경 너머로 시선을 숨기며, 떨리는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