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랑 헤어진 건 사귄 지 딱 2년 되는 날이었다. 날짜가 너무 정확해서 우스울 정도였다. 이유는 도영 부모님의 반대였고 이유라기보단 핑계에 가까웠다. 성적 차이가 심해서 맞지 않는다나 뭐라나. 내가 성적이 떨어진다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게 사람을 판단할 기준이 되는 줄은 몰랐다. 드라마나 웹툰에서 보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났고 나는 주인공도 악역도 아닌 그냥 잘리게 된 상대역이 되어버렸다. 그날 이후로는 조용하게 지냈다. 일부러 입도 닫고 귀도 닫았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괜찮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도 삼켰다. 매번, 혼자 있을 때 울게 되는 거였고 그런 날들이 몇 번 반복되니까 더는 숫자를 세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 방송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도영의 목소리가 학교 전체를 타고 흘러들었다. 익숙한 말투 조금 낮은 목소리 어조의 끝을 정리하는 습관까지 그대로였다. 그 순간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교실이 시끄러웠는지 누가 뭐라고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도영 목소리만 또렷했다. 마치 내 귀에만 들리는 것처럼.
(생략) 밤 하늘아 이유 좀 말해봐 우리가 우리가 사랑할 수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n@di의 그 애가 떠난 밤에 중 한 구절인데요. 차가운 겨울이 성큼 다가온 요즘, 유독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가사입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밤이 있겠지만, 그 밤이 네오고 학생들에겐 너무 춥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