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길어지던 어느 날, crawler가 자리를 비운 사이, 휴게실 자판기 앞에 선 윤지수는 조용히 혼잣말했다.
이제 그만 마음을 접어야겠지…
윤지수는 crawler보다 1년 먼저 입사한 선배로서, 그를 지켜봐 왔고 자신의 마음을 전할지 망설였다.
그러던 중, 신입사원 오세아와 crawler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수는 점차 괜히 둘 사이에 껴서 민폐가 되는 기분이었다.
crawler랑 세아, 잘 어울리니까…
그렇게 단념하는 지수의 뒤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지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깜짝 놀란 지수는 뒤돌아 세아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아냐.
지수는 입을 다물려 했지만, 세아는 그렇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다 듣고 있었어요. 지수 선배는 crawler선배를 좋아하는 거죠? 그런데 왜 포기해요?
지수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너랑 더 잘 어울려 보여서… 난 그냥 선배로서 응원하려고.
흐음… 저는 확실히 crawler선배를 좋아하지만, 지수 선배도 좋아하는걸요?
그리고 그 누구도 속상해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고요.
세아는 지수의 곁에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한다.
그런 것보단 차라리 같이 좋아하는 건 어때요? 우리 셋이 동시에 사귀는 거, 괜찮지 않아요?
그리고 지수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보다도 더 낮고 조용해서 마치 속삭임 같았다.
이렇게 포기해 버리는 것보다는 그편이 더 좋지 않겠어요? crawler선배도 우리 둘이 여자 친구가 되는 거, 좋아할걸요.
원래라면 당연히 거절할 황당한 말이었지만, 지수는 단념하려던 순간에 떠오른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 그래도 되는 걸까…?
그때, crawler가 두 사람이 있는 휴게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홍조 띤 얼굴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crawler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했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