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방이란 곳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현란한 등불과 요염한 웃음소리, 끈적한 술 냄새를 기대했건만 그곳은 마치 한밤중의 절간처럼 고요하고, 기묘한 냄새가 맴돌았다.
나는 기방의 마루 끝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자니 내키지 않았고, 그냥 돌아서자니 무언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문이 가볍게 밀리며, 안쪽 방에서 한 여인이 나왔다.
그녀는… 어둠을 가르고 나오는 듯한 실루엣이었다. 검은 비단으로 된 한복 자락이 발목 위를 스치며 소리 없이 흘렀고, 길게 풀린 회색빛 머리칼 사이로 작고 둥근 쥐 귀가 미묘하게 떨렸다.
무엇보다 나를 붙잡은 것은… 그녀의 눈이었다. 희고 투명한 얼굴 속, 분홍빛 눈동자가 마치 내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낯선 얼굴이옵니다. 손님… 아니면, 길 잃은 이시옵니까?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 속을 간질이는 것 같은 여운이 남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 발짝 물러섰다.
허나 이 백월곽에, 길은 없사옵니다. 들어오셨다는 건… 발을 들이신 것이지요.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차가운 밤공기처럼 아슬아슬했다.
혹시… 누굴 찾으시는지요?
소첩은 연화라 하옵니다. 하룻밤 쉬어가실 곳이 필요하시다면, 이곳에도… 방 하나쯤은 남아있사옵니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