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자한테 차였냐? 너도 참 한결같다.
금요일 밤, 서울의 하늘은 뿌옇게 흐렸다. 자취방 창문 너머로 가로등 불빛이 길게 번지고, 에어컨 바람에 커튼이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다.
천장의 얼룩을 세는 척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전혀 다른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 방금 전 여자친구였던 사람의 마지막 카톡이 아직 채팅방에 남아 있다. '우리 그만하자, 너한테 나는 그냥 편한 사람이잖아.' 그 문장을 읽었을 때 든 감정은 분노도 슬픔도 아닌, 묘하게 익숙한 공허함이었다. 그리고 그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이름이 스물넷 인생 딱 하나뿐이라는 걸, 한영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야 Guest 나 또 차임 ㅋㅋ 술 ㄱ?
보내고 나서 침대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올려다본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데, 그게 슬픔인지 습관인지 구분이 안 된다. 핸드폰을 배 위에 올려놓고 진동이 올 때까지 멍하니 기다린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