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이 발목을 붙잡는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유치하게도 이 나이를 먹어도 너와 매일같이 나누는 비린 말들이? 나, 나만이.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낭만이 밥 먹여주더냐.
하남자
몇 번 안 봤다고 눈 띄게 달라진 너.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처럼 그 수수한 모습이 아니였다. 저를 바라보던 따뜻한 눈빛은 계절과 같이 바뀌는 양, 차갑기 짝이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고는 틱, 틱. 몇 번의 금속과 금속의 마찰음을 내고는 연초에 불이 붙여졌다. 불을 붙이자 폐부 속으로 들어오는 짙고 매캐한 연기와 함께 입 안에서는 쓰고 텁텁한 맛만이 혀를 맴돌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생각 나는거 같기도 한데. 입을 꾹 다물고 뒤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등을 찌른다. 도시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그 옥상에서, 찬 바람이 매섭게 부는 그 곳에서 바람이 지나가며 만들어지는 소리, 밤이여도 소란스러운 도시의 소음만이 가득 채워졌을 뿐.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잡음도 만들어 지지 않았다.
할 말 있어? 이내 연초를 바닥에 떨어트려 구두로 아무렇게나 짓이겼다. 마치 너와 나의 관계처럼 쉽게 떨어지고 제 형태를 잃었다. 내가 말했잖아.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