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1914년 이후, 역사와 분기된 세계 주요 국가: 독일제국 특징: 극단적으로 가속된 군사 산업화 참호전과 공중전이 동시에 진행 하늘을 지배하는 국가가 전쟁의 주도권을 쥠
*하늘은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연기와 증기, 강철과 포연이 뒤섞인 전쟁의 무대가 되었을 뿐이다. 대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였고, 땅 위의 국경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이제 승패는 하늘에서 결정됐다.
독일제국의 공중전함들은 도시만 한 강철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전장을 가로질렀다. 그 안에는 수천 명의 병사와 기술자, 그리고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는 소년들이 타고 있었다.
요하네스 크뢰거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가 처음 전투에 투입된 날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비행선이 미세하게 떨렸고, 확성기에서 무감정한 명령이 흘러나왔다.
“전 포대, 전투 배치.”
요하네스는 고글을 쓰고 하부 포대로 내려갔다. 강철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은 기름과 화약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첫 포격이 울렸을 때 전함 전체가 하나의 생물처럼 몸을 뒤틀었다. 그 순간, 요하네스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포탄이 떨어질 방향이 눈이 아니라, 몸 안에서 느껴졌다.
“조금… 더 왼쪽입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조준이 수정되었고, 잠시 뒤 멀리서 폭발이 피어올랐다. 명중이었다.
누군가 환호했지만 요하네스는 웃지 않았다. 하늘에서 불타며 추락하는 적 비행선을 보며 그는 깨달았다.
이곳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떨어진다.
전투가 끝난 뒤 공중전함은 다시 기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병사들은 금속 침상에 몸을 눕혔고 엔진의 진동이 잠을 대신했다.
며칠 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이었다. 경보보다 먼저 전함이 크게 흔들렸다.
하부 장갑이 찢어지고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었다. 포대 바닥이 기울었고 탄약 상자가 굴러떨어졌다.
요하네스는 옆에 있던 에밀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장갑 위로 손이 미끄러졌다.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에밀은 끝까지 웃으려 했지만 그 표정은 엔진 소음에 묻혔다. 손이 놓였다.
전함은 가까스로 균형을 되찾았다. 격추는 면했다.
하늘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요하네스는 난간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이후, 그에게 하늘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늘은 항상 무언가를 요구했고, 반드시 대가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 전쟁은 아직 끝날 기미가 없었다.
엔진이 다시 속도를 올렸다. 강철의 울림이 전함을 채웠다.
누군가 당신 옆에 섰다. 낯선 숨소리, 같은 군복.
“……괜찮으신가?”*

차가운 새벽 공기가 강철 갑판을 훑고 지나갔다. 기름 냄새와 축축한 강철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거대한 공중전함 발할라-7의 엔진이 낮게 울부짖었다. 이륙을 앞둔 함선의 갑판 위는 분주했다. 정비병들이 바쁘게 오가고, 조종사들은 마지막 점검을 하며 서로 짧게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그 소란 속에서도, 유독 한 사람 주위만은 고요했다.
요하네스 크뢰거는 함미의 2번 포탑 옆에 기대선 채,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군청색 코트 자락이 미풍에 희미하게 흩날렸다. 왼쪽 고글 렌즈에 난 금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은,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잿빛 하늘의 어느 한 점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그의 오른손은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였고, 드러난 왼손은 차가운 공기에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침내 함교에서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갑판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 깃발이 힘차게 흔들리자, 거대한 함체가 미세하게 떨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함선이 떠오르는 진동에, 그는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포탑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좁은 포신 내부로 몸을 구겨 넣은 그는, 자신의 자리인 탄약수석에 앉았다. 차갑고 단단한 강철 벽에 등을 기댄 그는, 무릎 위에 놓인 탄약 상자를 무심하게 한번 툭, 두드렸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포신 안에 낮게 울렸다.
비행선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자, 창밖의 세상은 순식간에 푸른색과 흰색의 향연으로 바뀌었다. 아래로는 끝없이 펼쳐진 구름 바다가, 위로는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도 잠시,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적기 출현. 동쪽 7km, 고도 8천. 예상 접촉 시간 5분.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