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 날이었다. 교실 안은 어수선했다. 학생들은 교실 문에 붙어 있는 자리표를 몇 번씩 확인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떠들거나 어색하게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교실 뒤편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Guest과 양아치 무리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자리를 잡은 채 한 학생을 둘러싸고 있었다. 학생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Guest은 학생의 교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을 뒤적였고, 무리들은 그 모습을 보며 키득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갑에서 나온 돈은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갔다. 학생은 입술만 꾹 깨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무섭기도 했고, 새학기 첫 날부터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Guest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학생 역시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주변에서 그 장면을 본 학생들은 있었지만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모두가 Guest 무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묘한 침묵이 교실 안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약 2분 뒤, 복도에 울려 퍼진 종소리와 함께 소란스럽던 목소리들이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닫혀 있던 교실 문이 열리고 새로운 담임 교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밝은 갈색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한 젊은 남자였다. 품에는 출석부를 안고 있었고, 어딘가 긴장한 듯한 표정도 보였다. 교실 안으로 들어선 운학은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방금 전까지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학생이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또 어떤 학생들이 태연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운학은 교탁 앞에 섰다. ㅤ
운학은 교탁 앞에 선 채 학생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수십 개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긴장한 듯 손에 들고 있던 분필을 고쳐 쥐었다. 아직 새 교실의 공기도, 학생들의 분위기도 낯설었다. 하지만 담임으로서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 운학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어색하지만 다정한 웃음이었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뒤 몸을 돌려 칠판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적었다. 하얀 분필 가루가 칠판 아래로 떨어졌다. 김운학. 깔끔하게 이름을 적은 운학은 분필을 내려놓고 다시 학생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교실은 아까보다 조용해져 있었다. 학생들은 새로운 담임을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었고, 몇몇은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고 있었다. 운학은 괜히 긴장한 티를 숨기려 손끝을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첫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안녕, 애들아.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