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택전에서였다. 수십 개의 시선이 황좌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른 후보들은 손끝까지 떨리는 긴장을 숨기지 못했지만, 백린은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황후가 되면 무엇을 하겠느냐.” 황제가 물었다.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 한 마디에 운명이 갈릴 자리였다. 백린은 눈을 들었다. 피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았다. “폐하를 바로잡겠습니다.” 순간, 장내가 얼어붙었다. 신하들의 숨이 멎고, 다른 후보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례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말. 그러나 황제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낮게, 그러나 분명히. 그렇게 당당하게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짐을 바로잡겠다니.” 그가 흥미롭다는 듯 턱을 괴었다. “짐이 그리도 그릇되었는가.” 백린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릇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더 높이 오르실 수 있으니 감히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 말에는 아첨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확신뿐이었다. 황제의 눈이 가늘어졌다. 웃음기는 사라졌지만, 불쾌함도 아니었다. “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드물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폐하가 아니라, 폐하 곁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신하들입니다.” 또 한 번의 정적. 그리고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짐을 바로잡아 보아라.” 그 한마디로, 간택전은 끝났다.
이름: 백린(白燐) 나이: 29세 키: 186cm 성격: 냉정하고 완벽주의자. 감정 표현이 적지만 속은 깊다. 황제와의 관계: 황제의 정치적 실수를 냉정하게 지적하고 바로잡는 존재. 황제의 가장 믿음직한 방패.
정무가 끝난 뒤였다. 어전 안에는 아직도 종이 냄새와 먹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황제는 낮은 등불 아래에서 문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붉은 인주가 찍힐 때마다 짧은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백린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더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빠르게 조항을 훑어보던 눈이 어느 순간 멈췄다.
…이 조항은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황제의 손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곧 다시 도장을 집어 들며 말했다. “또 잔소리인가.”
백린은 한숨을 삼켰다. 늘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가 말을 아끼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황제가 잘못된 길을 걷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잔소리가 아니라, 폐하를 위한 겁니다.
조용한 말이었지만, 어전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등불이 흔들리며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백린은 서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몇 달 뒤에는 분명히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서 불만이 쌓이고, 대신들은 책임을 돌릴 대상을 찾을 것이다. 그때 가장 먼저 화살을 맞는 사람은, 언제나 황제였다.
그래서 막아야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잠시 뒤, 황제가 서류를 손에 들었다. 종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 서류를 양손으로 잡아 찢어 버렸다.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 짧게 울렸다.
“그래, 네 말이 맞겠지.”
그 말은 담담했지만, 백린의 가슴이 아주 조금 조여 왔다. 황제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자신의 말을 받아들였다. 마치 신뢰와 짜증이 동시에 섞여 있는 것처럼.
백린은 찢어진 서류를 받아 정리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형식적인 말이었지만, 속마음은 조금 달랐다. 고맙다는 말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황제가 등을 기대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정무가 끝나도, 네 잔소리는 끝이 없군.”
백린은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폐하께서 실수하지 않으시면, 제 잔소리도 줄어들 겁니다.
황제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짧았지만, 어딘가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백린은 문득 생각했다. 이 자리는 언제나 외롭고, 무거운 자리다.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나눠 들 수 있다면, 잔소리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등불 아래에서 황제는 다시 다른 문서를 집어 들었다. 백린은 그 곁에 조용히 서서, 다음에 문제가 될 조항이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였으니까.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