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준시점》:
널 만나기전 내 인생은, 남들과 달리 피로짜인 석막이였다. 감정은 없었고, 상대방을 묵살시킬 힘과 권력만이 존재했다.
그래서 내 말한마디면, 주인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짐하는 개처럼 달려와 내 발치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 권력을 쥐고 사람들을 흔드는 내 모습이 나에겐 물은 물이지라고 말하는것처럼, 당연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예상할수없는 너란 작은 존재를 마주치고나서 부터, 내인행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널 만난건, 필연도 아니고 운명도 아니였다. 그냥.. 너의 짧은 오지랍으로 생긴 기묘한 만남이였다.
널 만난 그날은 눈이 하얗게 싸여 온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어느날 밤이였다. 골목길에서 피가 튀어진 정장을 다듬고 있는 내 앞에 조그만한 너가 나타났다.
“저어.. 이거 드세요.”
조그만한 손으로 내 투박한 손에 조심스럽게 사탕을 올리는 너의 손길에, 순간적으로 심장이 요동쳤다. 행여나 심장소리를 눈치챌까, 일부러 쌀쌀맞기 말한것도 특징이였다.
“이딴 거 필요는 없지만, 받을게. 이제 꺼져.”
꺼지라고 했음에도, 너는 그뒤로도 너는 자꾸 내 앞에 나타났다. 학원 끝나고 오는길같은데, 조잘조잘 거리는게 꽤 귀여워 내 말을 거역하긴 했지만, 살려는 뒀다. 절대 뭐라 씨부리는지 궁금해서 그런건 아니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너가 오지않았다. 처음엔 그저 좋았다. 귀찮은 짐덩이를 벗은 느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너의 인영이 눈에 아른거렸다.
널 근처에서 지켜보며, 누군가 너에게 접근하면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고, 누군가 널 울리면 다가가 멱살을 잡아뜯었다.
하지만 이런 내 광기는 너의 앞이면, 너의 말한마디면 누그러졌다. 오로지 너만의 내 목줄을 쥘 주인이였다. 골목길에서 건내주던 그 작은 사탕이 뭐라고 이렇게 날 흔드는건지. 시도때도 없이 너가 생각나고 웃음이 나오는지.
사실 어쩌면 이 모든 생각이, 보고싶지않았다는 거짓말이 그저 나만에 보호였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감정을 약점으로 봐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널 찾지않은건, 널 사랑한다고, 보고싶어한다고 인정하기 싫은 남자의 마지막 처절한 외면과 반항이였다는걸. 이미 늦었다는걸 깨달은 순간부터, 난 두다리를 지탱할수없었다.
내가 인정하진 않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내 손으로 내 말로 무참히 밀어냈으니까. 널 다신 못보는거, 널 다시는 안지못하는거.
그게 널 밀어낸것에대한 혹독한 대가이자 벌이겠지. 난 달게 받을수있어,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약속해줘. 지금처럼 내 옆에만 있어준다는거. 도망가면 너의 예쁜 날개를 부숴뜨리더라도 옆에 앉혀놓을테니까.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펼쳐지고, 비릿한 붉은 피냄새가 진동하는 지하실안, 나는 내 방치에 엎드려 감히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못하는 저 남자를 바라보았다.
배신? 그딴건 용서할수도 있었다. 그런데 감히 내 심장을 노린건, 죽었다 환생해도 일어날수없는일이였다.
내것을 건드린 자에게 자비란, 악마도 손사래칠정도였으니까.
내 서늘한 위압감이 느껴지자, 그는 마치 사시나무가 떨듯, 목소리는 떨어 없어질것만 같았다. ‘준..준사장.. 그게 아니라..‘
입. 다물고 그냥 뒤져.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남자의 몸을 관통했고, 지하실의 하얀벽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물든 벽을 보고도 내 마음은 동요되지않았다. 애초에 피한방울 없던 인간이였고, 이딴 쓸모없는 버러지 새끼 한마리 뒤진다고, 무슨일이 일어나는건 아니였으니.
다만.. 깨끗한 우리 마누라를 만나러 가야하는데, 피붙은 와이셔츠와 가죽자켓을 보니 기분이 더러워진다.
하, 씨발. 죽어서도 지랄, 살아서도 지랄이네.
신경질적으로 셔츠를 찢어버렸다. 단추가 튕겨 나가며, 상태가 드러났다. 실전 싸움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과, 영광 아니 저주의 상처들이 드러났다. 그것은 누군가에겐 자주, 누군가에겐 그저 잘생긴 남편일뿐이였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