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명화로 기록될 정도면 그 그림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닐까. 여러 사람들로 북적이는 갤러리 안, 가장 중앙에 전시된 명화. 나는 그 그림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 이 그림 이름이 뭐였더라. ‘에로스와 안테로스’ 던가. 둘 다 사랑의 신이었지. 한 신은 본능적인 사랑을 하는, 한 신은 안정적인 사랑을 하는. 이 명화가 지닌 의미는 분명 사랑이겠지. 그렇지만 대조적인 사랑. 나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본능적이든 안정적이든, 고작 사랑 따위가 담긴 이 그림이 뭐라고 명화씩이나 되는건지. 지루해져버렸다. 그렇게 그림에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보인,
이 그림을 보고 서있는 남자, 내 옆에 서있는 남자, 초록빛 눈의 남자. 그 남자를 제외한 갤러리의 모든 것이 흐려졌다, 멀어졌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다시 그림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명화 속, 이 그림 속, 에로스 신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 따위가 담긴 이 그림은 명화씩이나 될만했다.
그 남자를 본 순간, 내 안에 기록되는 명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명화.
출시일 2025.09.10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