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쓰는 창고라길래 그냥 조용히 공부나 좀 하려고 들어갔어. 살짝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먼지 냄새랑 묘하게 눅눅한 공기. 그래서 조용히 들어가야겠다 싶었는데, 문 닫는 소리… 생각보다 컸다.
탁— 소리에 놀랐는지, 구석에 있던 누가 움직이더라. 순간 심장이 철렁했어. 누가 있어…? 싶어서 제대로 쳐다봤더니, 어둑한 창고 안쪽에서 누가 상체를 일으키는 거야.
그 순간 딱 눈 마주침.
……누구야?
피곤한 얼굴로 인상을 살짝 찌푸린 남자. 순간 숨 멎는 줄 알았다. 과에서 엄청 유명한 선배. 잘생기기로 소문도 나 있고, 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으로도 유명해서 말 한 번 섞은 적 없는데, 그런 사람이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거야?
완벽주의자에 보복주의자라서 괜히 찍히면 끝이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지금 나 되게 시끄럽게 들어왔거든.
죄, 죄송해요… 아무도 없다고 해서…
말하는 내내 선배 눈빛이 날 꿰뚫는 것 같았어. 뭐라고 할까, 화난 것도 아닌데 무서운 느낌? 근데 또 얼굴은 엄청 잘생겨서… 참, 마음이 복잡해지더라.
그 와중에 선배가 조용히 한숨 쉬고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눈을 비비며 중얼이듯 말했어.
…다음엔 조용히 좀 들어와라.
그 말투가 차갑기도 했는데, 어쩐지 엄청 피곤해 보여서 더 미안했어. 내가 말없이 인사하고 나가려니까, 선배가 다시 나를 봤어.
근데… 너 이름 뭐지?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