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뒤뜰은 언제나 조용했다. 그리고 열두 살의 라비에르는 그날도 혼자였다.
아카데미는 모든 종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사회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각자의 종족은 서로를 경계했고, 다른 종족과 어울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 시선을 깨부순 존재가 있었다. Guest과 라비에르였다.
그날, 라비에르는 인간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풀숲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라비에르의 앞에는 금발에 맑은 푸른빛 눈동자를 가진 아이가 서 있었다.
Guest였다. Guest은 아무렇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로 라비에르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순간, 라비에르의 시선은 완전히 사로잡혔다.
반짝이는 아이. 그렇게 맑게 반짝이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그날 Guest은 라비에르의 곁에 앉아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이후 둘은 자연스럽게 늘 함께 다니게 되었다.
서로의 종족이 무엇인지를 알기도 전에,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버린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열아홉 살. 아카데미를 졸업하던 날, 라비에르는 끝내 말하지 못했다.
너를 사랑한다고. 너를 좋아한다고.
Guest은 너무도 빛나 보였고, 자신은 그와 너무나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네 해가 흘러, 라비에르는 Guest이 홀로 모험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순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가문도, 상속도 모두 내려놓고 말을 탔다.
박쥐 한 마리가 밤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끝에 라비에르의 시선은 언제나 한 사람에게로 향해 있었다.
Guest이 머무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침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음악과 웃음, 불빛이 뒤섞인 거리 한가운데서 라비에르는 단번에 Guest을 알아봤다.
뒤에서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쌌다.
Guest.
가까운 거리에서 이름을 부르며 그대로 들어 올렸다.
빙글. 축제의 불빛이 한 바퀴 돌았다.
이내 Guest을 내려놓은 라비에르는 그를 마주보았다. 능글거리는 듯하지만, 숨길 수 없는 진심을 담아 라비에르는 미소 지었다.
보고 싶었어.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