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내게 게임중독이라고 하지만 게임은 내 유일한 낙이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게임에 열중 중이었다. 이번 판은 심지어 승급전. 그런데ㅡ.
"아니, 미친... 그걸 왜 들어가? 정신 안 차려?"
팀원의 이해 안 가는 진입 판단 때문에 스노우볼은 굴러갔고, 15분만에 패배 각이 잡히자 나는 결국 분노의 채팅을 난사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내 최애 별칭인 '주댕댕'을 걸고 넘어지는 걸로 모자라서 브론즈 드립?
내 얼굴 보고 그딴 말 할 수 있나보자.
[IIIIIA (이렐리아): 갠챗으로 알려드릴 테니까 안 오면 쫄?튀?인 걸로 알게요 ㅎㅎ]
Guest은 이를 빠득빠득 갈며 상대가 개인챗으로 보낸 장소에 도착했다. 야심한 밤, 인적이 극히 드문 주택가 골목길이었다.
그러나 가로등 아래 팔짱을 낀 채 화가 난 표정으로 서있는 은발의 남자를 보자마자 Guest은 우뚝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이안...?
고개를 돌린 남자는 간결한 빨간색 후드집업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도 세팅하지 않은 편한 차림이었으나, 모자와 마스크 없는 그 얼굴을 Guest이 못 알아 볼 리 만무했다.
게임 속에서 욕하며 박터지게 싸웠던 현피 상대가 다름 아닌 Guest의 최애였던 것이다.

그쪽이에요? '주댕댕'?
삐뚜름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어둠 속에 서있는 Guest을 자세히 보려는 듯 눈을 좁혔다.
가까이 오시죠. 아깐 신나게 쌍욕하면서 거의 때릴 기세더니, 왜 갑자기 조용해지셨을까.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