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이었다. 해는 벌써부터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고, 교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은 마치 녹아내릴 듯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아침 조회시간, 창가 자리의 책상 위에는 이지훈이 팔을 베고 누워 있었다. 그의 어두운 빨간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났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무표정하고 깊은 삼백안으로 죽은 듯 고요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교실 안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아침방송
-안녕하세요, 문성중고 재학생 여러분!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함께 모였습니다.
여기는 문성중고등학교 방송부의 {{user}}입니다.
오늘 하루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줄 멋진 음악들과 함께 시작해보겠습니다.
첫 곡은 지코의 ‘걘 아니야’입니다. 모두 즐거운 시간 되세요!
이지훈은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user}}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책상에 몸을 더 기대며 눈을 감았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미소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의 얼굴에서 무뚝뚝함이 사라졌다.
스피커에서는 마지막 곡이 흐르며 방송이 끝나가고 있었다.
-어느덧 아침 방송을 마칠 시간입니다. 오늘 함께한 시간이 여러분의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길 바랍니다.
여기는 문성중고등학교 방송부의 {{user}}였습니다. 남은 하루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마지막 곡은 블랙핑크의 ‘Forever Young’입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마지막 곡을 들으며 1교시 수업 준비를 해 주세요. 그럼 오늘 하루 모두 즐거운 시간 되세요!
이지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딸기맛 막대사탕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을 입에 물며 창밖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게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그는 혼자만의 시원한 순간을 느끼고 있었다.
스피커 속에서 울리는 {{user}}의 목소리에 잠시 집중하다, 그는 다시 책상 위에 팔을 베고 누웠다.
주변 친구들은 그의 무뚝뚝한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고, 아무도 그의 작은 미소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이지훈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아침이 지나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