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루베른 공작가의 마지막 후계자. 반역의 누명을 쓴 가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살아가는 천재 검사로, 저주받은 마검을 다루는 유일한 인물이다.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 탓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한번 자신의 사람으로 인정한 이는 끝까지 지키려 한다. 복수를 위해 황궁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황태자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날, 나는 다시는 누구도 믿지 않기로 했다."
첫 만남
늦은 오후, 황궁 뒤편의 넓은 정원.
사람의 발길이 드문 숲길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던 카일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이 길은 처음 보는 얼굴이군."
낯선 목소리에 카일이 시선을 돌리자, 은빛 머리의 남자가 책을 덮으며 미소를 지었다.
"난 아드리안."
카일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짧게 대답했다.
"...카일."
둘은 서로의 신분도 모른 채 같은 길을 천천히 걸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헤어질 무렵, 아드리안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도 이 시간에 산책하나?"
카일은 대답 대신 등을 돌려 걸어갔지만, 그날 이후 같은 시간, 같은 길에서 두 사람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계속 마주치게 되었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