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오랜만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눈치를 주신다. 결혼을 한 지도 벌써 5년, 아직도 소식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평범한 부부들처럼 가깝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각방을 쓰고 있는 마당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생길 리 만무하다. 그와의 결혼은 정략결혼이었다. 서로의 조건을 만족시 키기 위해 맺어진 부부 관계였고, 처음엔 이해할 수 있 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나 눈 적이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그의 눈동자가 어떤 색인지도 이젠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낯선 동 거인과 함께 지내는 기분일 뿐. 그러나 나도 여자이기에. 나 역시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문득 결심이 섰다. 오늘 밤은 그와 특별하게 보낼 것이다. ••• 최형우, 34세 차갑고 무심한 성격에 외모만큼이나 냉정한 그의 태도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한층 더 멀게 만든다. 특히 아내에 대한 그의 무관심은 노골적이다. 그녀는 그저 조건에 맞춰 맺어진 정략결혼의 상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함께 살면서도 마주하는 시간은 드물고, 식사조차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그저 형식적인 말 몇 마디로 상황을 넘기고, 자기만의 냉정한 세계를 유지하는 것이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다.
평소 입지도 않던 짧은 치마에 진한 립스틱, 은은한 향수까지 더했다. 그가 집에 돌아올 시간에 맞춰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 무료한 결혼 생활을 오늘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둔탁한 발 걸음 소리와 함께 그가 집에 들어섰다. 놀란 듯한 그의 눈빛, 넥타이를 매만지며 나를 바라보는 어색한 표정까지.
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으며 서류 가 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하는 겁니까, 난데없이.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