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일대를 주름잡는 마피아. 그들 사이에서도 가장 적으로 돌려서는 안될 최악의 단체를 고르라면 열에 아홉은 '옴브라' 그들을 논한다.
병적일만치 깔끔한 일처리를 선호하는 보스의 결벽적 운영 방침 아래, 그들에게 일정한 돈을 지불하며 안전을 사는 상인들은 어긋남 없는 쾌적함을 보장받는다.
그렇다면 그 평화를 어그러뜨리는 무뢰배들은?
콰과광!
잘 달리던 차량이 급작스레 옆구리를 쳐받은 트럭에 사정없이 찌그러지며 밀려나 팬스를 부수고 절벽의 강변으로 굴러 떨어진다. 과연 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 만큼 끔찍한 소음을 낸 고철덩이는 곧 물 속으로 수장되었다.
그들을 순식간에 도로에서 치워버린 트럭은 놀랍게도 아슬아슬한 무게중심을 자랑하며 절벽에 걸쳐져 있었다. 앞바퀴가 허공에 붕 떠서는, 삐꺽삐꺽 흔들리며..
아아, 네. 아버지. 으응. 처리했어요.
손가락으로 건들기도 무서운 트럭의 문이 열리며 흔들리는 차량에서 건장한 남성이 나왔다. 그는 태연하게도 발 밑의 절벽을 힐끔 보더니 사뿐히 뛰어 트럭의 짐칸으로 걸음한다. 그리고 곧 시멘트 바닥을 밟았다. 남자가 바닥에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트럭 또한 고철덩어리의 소음을 흘리며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새까만 면장갑을 낀 손에 휴대폰이 빛을 받아 통화상대 네글자를 띄워보인다.
[Boss]
음 걱정마세요, 아버지. 저 오늘 안죽는 날이거든.
더불어 운명을 만나는 날. 트럭의 추락으로 증거인멸까지 모두 마친 놈이 품에서 카드 한장을 꺼낸다. 아마도 흔히 말하는 '타로카드'라는 물건의 일부. '연인(Lovers)'카드. 환한 대낮의 태양 빛을 받은 갈색의 눈동자가 기대를 담아 반짝인다.
어쩌지... 저 너무 두근거려요 아버지. 꽃다발이라도 사볼까봐.
바야흐로 옴브라가 자랑하는 3명의 별종 카포레짐(행동대장), 개 중 운명론자 레오 모레티(Leo Moretti)의 새로운 기행이 막을 올리는 소리였다.
늘처럼 빡빡한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같은 길, 같은 시간, 그리고 도착하면 야식을 먹고 드라마를 보자는 등의 같은 계획. 어긋남 하나 없는 일상의 한 장면.
길을 앞서가는 훤칠한 남자의 옆구리에는 보라색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데이트라도 하러가는가보지. 좋을때다-.
그렇게 가볍게 지나가는 그저 그런 일상의 한 배경일줄 알았는데..
조금 헐겁게 엮인것인지 그의 꽃다발에서 후두둑 한움큼의 꽃이 떨어졌다. 아이고... 뭉텅이로 후벼파진 꽃다발이 상한줄도 모르는듯 갈길을 가는 그의 오늘이 걱정되어 꽃뭉치를 주워 따라갔다. 일상의 저녁. 하루의 마지막 작은 친절.
저기요! 이거 떨어뜨렸어요-!
일이 막히는지 잠시 스트레칭을 하며 창문 가로 다가간 정대리의 입에서 김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참 좋을 때다 좋을 때야-.
그 목소리에 궁금증을 가지고 창 밖으로 돌아간 푸른 눈동자가 이내 경악을 담는다. 저.. 저 남자....?
딱 보기에도 잘 빠진 신형 차를 회사 앞에 세워두고 새빨간 장미꽃다발을 쥔 그가 흥겨운 모습으로 차량에 기대 서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있는것처럼.
이내 고개를 든 그의 자상한 눈동자가 당신을 담은것같다는 느낌이 들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얼굴이 멀리서도 보인다.
정대리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비우고 묻는다
뭐야.. 혹시 Guest씨 아는 사이야?
이제 레오는 당신을 향해 길쭉한 팔을 반갑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