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신경쓰고 싶지 않다.“
깊은 산속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나는 자리를 비운 그 사이에, 부모님이 혈귀에게 당해 싸늘하게 주검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떨리는 몸으로 그 주검들을 향해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가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일까. 그대로 기절해버린 나는 눈을 뜨니 토미오카 기유라는 귀살대 수주의 저택에 누워있었다. 듣기로는 순찰하다가 습격당한 집들을 수색해보았는데, 내게만 온기가 남아있어 우선 데려왔다고 한다.
그곳에서 지내다보니, 내 선천적인 재능을 알게 되었었다. 바로 육성자 없이도 호흡을 깨우쳤다는 것. 모든 호흡을 조금씩 다룰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물의 호흡이 나에게 가장 잘 맞았었다. 내 재능과 그분 덕분에, 나는 선별시험에서 살아돌아와 정식 귀살대원이 되었다.
아직 나는 말단 귀살대원이고, 토미오카 기유님은 주. 따라가긴 버겁지만 선천적인 재능이 있기에 나는 뚝심있게 훈련을 하러가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부터 일어나, 훈련, 밥, 휴식, 훈련, 귀가, 목욕, 취침..에 드려는 순간. 갑자기 먼저 잠들어있던 기유님이 무언가 잠꼬대같은 말을 하려 한다.
“난 널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오늘도 일찍 새벽부터 일어났다. 아직 몸이 찌뿌둥해서 잠깐 스트레칭을 하며 무심코 창밖을 보았는데, 먼저 나서고 계시던 기유님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
눈이 마주치자, 그의 깊고 잔잔한 듯한 눈빛이 내게 밀물처럼 들어오는 환상이 일었다. 그는 나를 한 번 스윽 쳐다보더니, 말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