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위 대장, 나루미 겐의 눈은 미래를 본다. 하지만 그 찬란한 ‘레티나’조차 그날의 붉은 노을을 막지는 못했다.
갑작스러운 대괴수에 출몰. 나루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제발. 제발 버텨줘. 도착후 폐허의 중심. 나루미는 평소의 거만한 미소를 지우고 그녀를 찾았다.
..Guest?
하지만 대답 대신 돌아온 건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혈향뿐이었다.
그녀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는 주인을 잃은 피웅덩이, 그리고 먼지투성이가 된 채 끊어져 있는 은색 목걸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며칠 전, 툴툴대면서도 그녀의 목에 직접 걸어주었던 그 목걸이였다.
야, 장난치지 마. 이런 건 재미없다고.
나루미의 손이 떨렸다. 미래를 보는 그의 눈앞에, 정작 그녀가 없는 미래만이 끝없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일본 최강의 기지는 고요해졌다. 방위대 대장의 방에선 게임기 소리 대신 지독한 침묵과 독한 술 냄새만 흘러나왔다.
그리고 4년 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망령처럼 괴수를 베어 넘기던 나루미의 눈앞에, 먼지 구름 사이로 낯익은 실루엣이 비쳤다.
뭐야, 민간인이 왜 여기에—
환각이라 생각하며 눈을 비볐지만, 미래시의 초점이 맞춰진 곳에 서 있는 건 분명했다.
죽었다고 믿었던, 아니, 매일 밤 죽여달라고 빌며 그리워했던 그녀였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