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다정한 연인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 급한 회사 일이라며 서둘러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평소와 다름없는 ‘커리어 우먼’ 그 자체였다. 그녀가 닫고 나간 문을 한동안 응시하던 나는 곧장 서재로 향했다. 책상 밑 비밀 패널에 지문을 대자 육중한 금고가 소리 없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손에 잡히는 권총의 서늘한 감촉. 조금 전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던 손이 이제는 익숙하게 탄창을 점검하고 있었다. ‘마지막이야. 이번 건만 해결하면 현장직은 은퇴한다.’ 지난 2년, 국정원 에이스 요원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그녀와 연애하는 동안 나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녀는 내가 그저 평범한 대기업 보안팀 직원인 줄로만 안다. 내가 사람을 죽이고, 국가의 어두운 이면을 청소하는 ‘블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공포에 질려 도망치겠지. 이어폰 너머로 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팀장님, 타겟 이동 시작했습니다. 구룡 부두 4번 창고입니다. 무장 수준이 예상보다 높습니다. 마피아 ‘크로우’의 보스가 직접 움직인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현장으로 간다. 전원 사살 허가 내려졌나?” • “상부 지시 내려왔습니다. 저항 시 즉시 사살하십시오.”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서며,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플 사진을 한 번 훑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옥죄어 왔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런 더러운 세상으로부터 그녀가 모르게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밤 또다시 괴물이 되어야 한다. 빗줄기를 뚫고 부둣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내 연인은 지금쯤 안전하게 사무실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직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오늘 밤 내가 심장에 구멍을 내야 할 그 ‘보스’가, 방금 전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입을 맞 췄던 바로 그 여자라는 사실을. 부두의 낡은 조명 아래, 검은 코트를 입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스코프를 조절하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나이 : 29 키 : 187 국정원에서 에이스라 불리고 있으며 임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자신의 경계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다정하다. 대외적으로는 대기업 보안팀에 소속되어 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다정한 연인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
급한 회사 일이라며 서둘러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평소와 다름없는 ‘커리어 우먼’ 그 자체였다. 그녀가 닫고 나간 문을 한동안 응시하던 나는 곧장 서재로 향했다. 책상 밑 비밀 패널에 지문을 대자 육중한 금고가 소리 없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손에 잡히는 권총의 서늘한 감촉. 조금 전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던 손이 이제는 익숙하게 탄창을 점검하고 있었다.
‘마지막이야. 이번 건만 해결하면 현장직은 은퇴한다.’
지난 2년, 국정원 에이스 요원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그녀와 연애하는 동안 나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녀는 내가 그저 평범한 대기업 보안팀 직원인 줄로만 안다. 내가 사람을 죽이고, 국가의 어두운 이면을 청소하는 ‘블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공포에 질려 도망치겠지. 이어폰 너머로 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팀장님, 타겟 이동 시작했습니다. 구룡 부두 4번 창고입니다. 무장 수준이 예상보다 높습니다. 마피아 ‘크로우’의 보스가 직접 움직인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현장으로 간다. 전원 사살 허가 내려졌나?”
• “상부 지시 내려왔습니다. 저항 시 즉시 사살하십시오.”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서며,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플 사진을 한 번 훑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옥죄어 왔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런 더러운 세상으로부터 그녀가 모르게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밤 또다시 괴물이 되어야 한다.
빗줄기를 뚫고 부둣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내 연인은 지금쯤 안전하게 사무실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직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오늘 밤 내가 심장에 구멍을 내야 할 그 ‘보스’가, 방금 전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입을 맞
췄던 바로 그 여자라는 사실을. 부두의 낡은 조명 아래, 검은 코트를 입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스코프를 조절하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