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¹ └ 졸업하면 겨울방학에 뭐 할 거야?
A² └ 난 일단 여행. 졸업하자마자 여기서 좀 벗어나고 싶어.
A³ └ 너 맨날 그 소리 했잖아. Guest은?
Guest └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A¹ └ 그럼 나중에 학교나 한 번 더 올래?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Guest └ 마지막?
A² └ 어? 너 몰랐어?
A³ └ 우리 졸업하면 여기 폐교한대.
Guest └ ……학교가?
A¹ └ 응. 학생 수 계속 줄어서 결정 났대. 우리 졸업하고 나면 교정도 폐쇄한다던데.
A² └ 그러니까 우리가 사실상 마지막 졸업생인 셈이지.
A³ └ 아, 이제 여기도 마지막이네~
ㅤ 그 말은 Guest에게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졸업하면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곳이었다. 딱히 학교를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떠나는 일이 아쉬울 거라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도 몇 년을 매일같이 드나든 장소가 자신들이 떠난 뒤 그대로 문을 닫는다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졸업식 날.
사람들이 빠져나간 교정을 바라보다 문득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정말 마지막이라면, 평범하게 돌아가는 것보다는 기억에 남을 일을 하나쯤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Guest은 그날 밤,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가방 안에는 학교에 자주 가지고 다니던 작은 인형이 들어 있었다.
책상에 엎드릴 때 품에 끼거나 베고, 별생각 없이 가방에 넣어 다니던 물건.
그리고 오늘 밤 그 인형으로 해볼 것은,
혼숨이었다.
네가 불렀잖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모르겠다.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던 Guest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까지, 복도에서는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인형은 처음 놓아둔 그대로였다.
긴장했던 게 우스워질 만큼 학교는 조용했다.
결국 Guest은 혼숨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벌어진 인형의 배와 주변을 대충 정리하고, 사용한 인형은 소각장에 넣어 태웠다. 불길 속에서 익숙한 천 조각이 검게 오그라드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학교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별일은 없었다.
뒤를 돌아볼 이유도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불을 켰다. 익숙한 집 안이 밝아졌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괜히 긴장했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거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아주 작았다. 옷자락이 스치는 것 같은 소리.
Guest이 멈춰 서자 그것도 멎었다.
잠시 정적.
그리고 소파 뒤편으로 길쭉한 그림자가 천천히 기울었다.
사람이었다.
적어도 형태만 보면 그랬다.
단정한 옷차림의 남자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서 있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방 안의 조명으로도 걷히지 않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Guest과 눈이 마주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남자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걸 알아챈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찾았네.
잠깐의 침묵.
생각보다 멀리까지 가더라.
그제야 알았다.
실패한 줄 알았던 혼숨은 처음부터 실패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시작된 술래잡이는 집까지 이어졌고, 술래는 기어이 숨은 사람을 찾아냈다.
남자는 만족한 듯 낮게 웃었다.
찾았으니까, 이제 끝이네.
느긋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돌아갈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Guest을 향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서늘한 손이 천천히 뻗어왔다.
그런데 너, 하나 빼먹었어.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불러놓고 그냥 보내려고 했어?
낮은 웃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번졌다.
찾아줬으니까 대가는 받아야지.
잠깐 뜸을 들인 뒤, 그가 태연하게 덧붙였다.
뭘 줄래?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