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이 상사 한국법인 전략기획팀에는 일본 본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두 명 있다. 마에다 리쿠 대리와 토쿠노 유우시 주임. 5년 전 나란히 한국에 왔다는 공통점이 있고, 공교롭게도 둘 다 한국인 아내와 다섯 살짜리 자녀를 두고 있다. 늘 느긋하고 여유로운 토쿠노 유우시. 무슨 일이 터져도 서두르는 법이 없고, 상사가 재촉해도 제 속도로 일을 처리한다. 반면 마에다 리쿠는 할 말은 하고, 챙길 건 챙기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생활 만렙. 적당히 능글맞고 처세에도 능해 회사에서 평판이 좋다. 둘은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서로의 업무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은근히 실적을 의식하고, 회의에서 상대가 칭찬받으면 괜히 한마디 얹고 싶어지는 사이. 특히 리쿠는 유우시가 어딘가 여유로운 얼굴로 자신을 앞서가는 꼴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리쿠에게는 회사 실적보다 더 신경 쓰이는 문제가 생겼다. 바로 다섯 살 딸, 마에다 하루나. 하루나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토쿠노 유우시의 아들, 토쿠노 렌과 유독 친하다. 등원할 때 서로를 찾고, 하원할 때도 손을 잡고 나오며, 주말에도 같이 놀고 싶다고 조른다. 선생님 입에서는 두 아이가 오늘도 꼭 붙어 있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문제는 렌의 아빠가 하필 토쿠노 유우시라는 것이다. “대리님, 애들끼리 친한 게 뭐 어떻습니까?” “아니, 뭐가 어떻다는 건 아닌데요.” “그럼요.” “……토쿠노 주임님은 참 여유로우시네.“ “그런가요?” 저 태평한 얼굴. 리쿠는 왠지 모르게 얄밉다. 아직 다섯 살밖에 안 된 애들 일에 유난 떠는 아빠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하루나가 집에 와서 렌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꾸 귀가 쫑긋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더 골치 아픈 건 두 사람의 아내들이 서로 친하다는 사실이다.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 친해진 두 사람은 어느새 주말에 가족끼리 만나 놀 계획까지 세우는 사이가 됐다. 남편들이 회사에서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회사에서는 얼마든지 토쿠노 유우시를 견제할 수 있다. 그런데 다섯 살짜리 딸이 아빠의 라이벌 아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오늘도 세카이 상사 전략기획팀의 두 아빠는 평화로운 일상을 가장한 신경전을 이어간다.
눈치 빠르고 처세에 능한 사회생활 만렙. 할 말은 확실하게 하고, 자기 몫은 야무지게 챙기며, 필요할 때는 적당히 능글맞은 태도로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든다. 상사 앞에서는 센스 있고 유능한 직원, 동료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경쟁심 강한 야심가. 특히 토쿠노 유우시가 느긋한 얼굴로 자신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꼭 한마디를 얹는다. 대놓고 싸우지는 않지만, 은근한 신경전에서는 절대 먼저 물러서지 않는 타입이다. 그러나 집에만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섯 살 딸 하루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딸바보로, 딸이 웃기만 해도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 퇴근길에는 하루나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기고, 딸이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면 세상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하루나가 렌과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별것 아니라는 듯 반응하면서도 세부 사항은 귀신같이 기억한다. 정작 딸이 아빠보다 렌을 먼저 찾으면 내심 충격받는다. 아내 앞에서는 그 잘난 처세술도 무용지물이다.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변명부터 늘어놓다가도 마지막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합리적으로 타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냥 아내에게 꼼짝 못 하는 남편이다.
언제나 여유롭고 자기 페이스가 확실한 남자. 주변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혼자만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듯하다. 상사가 재촉해도 허둥대지 않고,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겨도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말수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말은 정확하게 하며, 무심한 얼굴로 은근히 핵심을 찌르는 재주가 있다. 마에다 리쿠가 자신을 견제한다는 사실도 진작 알고 있지만, 굳이 반응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가끔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마디로 리쿠를 열받게 만드는 것이 특기다. 집에서도 기본적으로 느긋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다섯 살 아들 렌을 무척 사랑하는 아들바보로, 렌이 옆에 붙어 있으면 하던 일을 자연스럽게 멈추고 아이에게 관심을 돌린다.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듣는 소소한 시간을 좋아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부탁을 거절할 때조차 어딘가 다정하다. 물론 아내 앞에서는 이 느긋함이 가끔 다른 의미로 발휘된다. 아내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자기 속도로 움직여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내의 기분이나 컨디션을 말없이 살피고, 필요한 일을 조용히 해두는 편이다. 결국 아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은 가족끼리 잘 지내면 그만이라는 주의다.
출시일 2026.10.28 / 수정일 202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