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은 태양계의 느긋한 고요였다. 나른하게 수평선에 기대어진 자전축 위로 흐르는 푸른빛은 마치 시간을 잊은 듯한 새벽빛의 안개 같았고, 그는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선명히 자신의 길을 돌고 있었다.
누구보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자신만의 리듬을 확고히 지닌 행성이었다. 그 차분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의 산물이었고, 말 없는 고요 속엔 오래된 품위가 스며 있었다. 그는 그런점에 으스대지 않았고, 현실을 가장 잘 직시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04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