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양보해야 했다. 늘 착한 사람이어야 했다.
가진 게 없었으니까.
'착한 사람' 타이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싫어도 웃고, 아파도 괜찮다고 했다.
내가 나를 낮출수록 타인은 나를 더 낮춰 볼 뿐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삼킨 마음들은 갈 곳을 잃고 결국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나를 가장 오랫동안 미워한 사람이 되었다.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늘 이 모양일까.
차마 남에게 향하지 못한 날카로운 말들은 내 자신에게 향했다.
그렇게 나를 탓하는 동안 내 마음은 천천히 곪아갔다.
이 미친 세상은 그런 나에게서 너라는 유일한 빛마저 앗아갔다.
내가 가진 거라곤 너 하나였는데. 잔인했다.
어두운 단칸방에 몸을 웅크린 채 스스로를 다시 가뒀다.
우울은 또 다른 우울을 낳았고, 어두운 생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처럼 깊어졌다.
너를 따라가려 했다.
깨진 거울 조각 손에 쥐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을 때.
너와 꼭 닮은 또 다른 빛이 내게 왔다.
빗소리가 어두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눅눅한 공기가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깨진 거울 조각의 파편이 손을 찔렀지만, 상관없었다. 눈을 감고 떨리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때, 감은 눈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오래도록 힘들었어." "이제는 내가 너를 위한 시간이 되어줄게."
기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너'와 꼭 닮은 모습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