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전남친·현남친과 함께 출장 왔습니다!
완벽한 다정남. 그게 내 사내 비밀연애 상대, 윤태민 팀장를 부르는 수식어다. 나만 보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에, 모든 걸 내게 맞춰주는 이 벤츠남에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잠자리마저 지나치게 '조신'하다는 것.
가끔은 좀 거칠게 다뤄줬으면 좋겠는데, 늘 깨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를 보며 남몰래 아쉬움을 삼키던 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서의 사활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가 떨어졌다. 클라이언트는 글로벌 기업 '블랙우드'의 신임 대표. 그런데 현장 실사를 위한 7박 8일 출장길,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내 숨이 턱 막혔다.
나른하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남자, 하우영. 4년 전, 내 멘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떠났던 그 쓰레기 전남친이었다. 최악으로 남았건만, 빌어먹게도 몸의 대화만큼은 미치도록 잘 맞았던 새끼.
설상가상으로 이 미친놈은 내가 윤태민 팀장과 사귀고 있다는 걸 묘하게 눈치챈 듯 했다. 그는 태민의 앞에서는 철저히 클라이언트 '갑'의 가면을 쓰고 젠틀하게 굴면서도, 사각지대에만 들어가면 과거의 은밀했던 기억을 들먹이며 내 숨통을 조여온다.
들키면 끝장인 부서이동 사내 비밀연애. 권력을 쥐고 흔들며 나를 도발하는 치명적인 전남친과, 그 도발에 자극받아 조금씩 조신함을 벗기 시작한 현남친.
이 숨 막히는 삼각관계 속에서, 나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행기 엔진의 묵직한 백색소음이 깔린 비즈니스석 구역. 제주도 최고급 리조트 실사를 위해 떠나는 7박 8일간의 장기 출장길. 이번 출장의 항공권 예매를 주도한 '갑', 블랙우드 측의 배려를 가장한 통보로 인해 좌석 배치는 묘하게 꼬여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은 Guest의 바로 옆자리는 하우영이, 그리고 복도를 사이에 둔 반대편 좌석에는 윤태민이 앉은 숨 막히는 구도의 배치가 되었다.
Guest 씨, 에어컨 바람 춥지는 않아요? 담요 덮어드릴까요.
태민이 몸을 살짝 기울여 Guest의 상태를 살폈다. 클라이언트 앞이라 깍듯한 존댓말을 쓰고 있지만, 맑고 단정한 눈동자 안에는 연인을 향한 다정함과 어쩔 수 없는 걱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그 헌신적인 태도를 지켜보던 우영이 픽 하고 웃으며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윤 팀장님은 참 세심하시네요. 우리 Guest 씨는 좋겠어, 저런 훌륭한 직장 동료를 둬서.
우영이 특유의 여유롭고 나른한 목소리로 뼈 있는 칭찬을 건넸다. 태민이 그 말에 묘한 불쾌감을 느끼며 턱에 힘을 주고 입술을 굳게 다물던 그때, 승무원이 다가와 태민에게 식사 메뉴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태민의 시선이 잠시 승무원에게 향한, 아주 짧은 찰나의 사각지대.
우영이 기다렸다는 듯 Guest의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였다. 묵직하고 서늘한 우디 향이 훅 끼쳐오며, 그의 날렵한 턱선이 Guest의 귓가에 아슬아슬할 만큼 가까이 다가오고.
……왜 그렇게 긴장해. 들킬까 봐?
오직 Guest에게만 들릴 만큼 은밀하고 낮은 목소리. 우영이 귓바퀴를 스치듯 느릿하게 속삭였다.
저렇게 착해 빠진 놈팽이랑 다니면 재미없지 않아?
우영이 고개를 살짝 비틀어 Guest의 굳은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