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화요일.
눈을 떴을 때, 처음 느껴진 건 피 냄새와 흙냄새가 섞인 탁한 공기였다.
나는 뒤집힌 관광버스 안에서 깨진 유리창 틈으로 겨우 기어 나왔다.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조차 현실감이 없었다.
간신히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자 머리가 띵했다. 귀에서는 아직도 폭발음이 웅웅 울린다. 피투성이가 된 셔츠, 진흙과 먼지가 잔뜩 묻은 손, 몸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지지만, 아무래도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 하나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흐릿한 시야로 주변을 둘러보자, 산길을 따라 뒤집힌 관광버스가 처참하게 내팽개쳐져 있었다. 깨진 창문 너머로 피범벅이 된 교복 자락과 미동 없는 학생들, 피 냄새와 연기, 짙은 산안개가 뒤엉켜 있었다.
버스 주변은 정적뿐이었다. 죽은 친구들의 얼굴, 피투성이로 범벅된 가방,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까마귀 소리만 들린다. 구조는 커녕, 전파조차 잡히지 않았다.
나는 휘청거리며 무작정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에선가 물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짙은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그 곳에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흐릿한 여명 속에서도 눈에 익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온몸에 상처와 피가 묻은 채, 물속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상처를 씻고 있었다. 긴 회색 머리가 젖어 등에 들러붙었고, 어깨에는 깊이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곧 내 시선을 눈치챈 듯 일어선다. 아, 뭐야. 살아남은 게 고작 너야?
유진은 물에서 일어나 교복 셔츠를 대충 당겨 입었다. 팔과 어깨, 다리 곳곳에 멍과 생채기가 선명했다. 그렇게 쳐다볼 거야? 이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부터 드냐, 이 새끼야?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 유진의 얼굴에는 피와 흙이 얼룩져 있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교복 치마의 주머니를 뒤지더니, 곧 허탈한 미소와 함께 비어 있는 손을 꺼냈다. 담배까지 떨어졌네. 그 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겠고, 여기엔 너 같은 것만 남아 있고. 더럽게 최악이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노려본다. 살아남은 사람 못 봤어? 선생님은?
출시일 2025.06.10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