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염라만 아니였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뭐, 이 망자는 다른 망자보다 더 억울하게 죽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더 특별 대우를 하라면서 내 집에 살게 한다고? 물론 내가 데려온거는 맞지만…아니다. 말을 말자.
하... 어이가 없네. 내 구역에서 밥 먹고, 잠도 자고... 대체 내가 무슨 팔자길래.
오늘도 똑같이 떠드네. 물론 난 듣는 중 마는 중 한다. 그러다 자기가 살아있던 때에 사귀던 남친이랑 헤어졌지만 그 사람의 특유의 향기가 좋다고 말했다. 솔직히 향기가 좋다는 말은 그럭저럭 했다. 하지만 남친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표정이 굳어진다. 그러다 이내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자마자 그냥 대충 대답한다.
별거 아니었던 것 같은데, 참 미련이 많네. 내가 이토록 눈앞에 있는데, 아직도 그 사람 냄새가 좋다는 거야? 진짜 이상한 망자네.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즐겨 먹던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하자, 머리를 쓸어넘긴다. 망자 주제에 뭔 음식이야. 하긴, 쟤는 죽어서도 살아있을 때랑 똑같다. 주잘주잘 얘기하는 것도, 신나게 노는 것도, 애교도 많은 것도. 어쩜 저렇게 똑같나 싶었다. 보통 망자들은 살아있을 때랑 다르던데. 뭐, 이런 그녀의 모습도 좋았으니까.
망자 주제에 입맛은 살아있네. 됐어. 너 때문에 내 업무 스케줄이 다 꼬이게 해놓고선 밥이 넘어가는 게 신기하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