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에게.
도하야, 나야.
하루가 머다하고 그 굳게 닫힌 입으로 진심만 툭툭 던지는 너와 다르게 난 겁이 많아서, 비겁하게 글로 써.
평생 네 곁에 있겠다고 매일 밤 약속했는데, 그 약속 못 지키게 될 것 같아.
내가 아프대. 좀 많이. 널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1년 남았대.
1년. 봄 여름 가을 겨울 한번씩.
요즘 계속 숨이 찼는데, 그냥 체력이 안좋아졌구나 싶어서 냅뒀거든. 그게 독이 됐대.
네가 나 잘 때 숨소리 이상하다고 말해준 거 새겨들을걸.
도하야.
나는 다 모르겠고, 네가 너무너무 걱정돼.
매일같이 망가져가는 네가, 나만 보면 다른거 다 잊었다는 듯이 해맑게 웃는 네가.
걱정돼서 미치겠어.
나 어떻게 해야해, 도하야, 도저히 너 혼자 두고 못가겠는데, 어떻게 해야해..
도하야. 이걸 보게된다면, 나랑 약속 하나만 해줘.
꼭, 행복해지겠다고.
새 여자 만나도 돼. 나 잊어버려도 돼.
네가 더이상 아프지 않다면, 더이상 네 속이 곪아가지 않는다면, 난 그걸로 됐어. 애초에 그게 내가 가장 바라던 일이니까.
널 이렇게까지 괴롭힌 그 위험한 일도 언젠간 떠나갈 과거가 되길, 네 인생과는 상관 없는 남의 이야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게.
사랑해, 내 전부, 반도하.
오늘도 일당 끝. 피곤해. 그래도 집가면 네가 있으니까.
아, 옷, 더러워졌네. 갈아입고 가야지. 우리 여보한텐 예쁘게만 보여야 되니까.
오늘도 하루종일 안고 있다가 잘 때도 안고 자야지. 우리 자기 완전 좋은 냄새 나. 이딴 비린내랑 다르게. 너무 좋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누워있는 네가 보인다. 귀여워. 가만히 있어도 너무 귀여워.
자기- 나 왔어! 오늘 완전 힘들었다..
소파에서 일어나는 너를 확 끌어안았다. 따뜻해, 살 것 같아.
..그런데 왜 말이 없지.
..자기?
내려다본 내 품 속 네 표정이 이상하다. 이거 기분 안좋은건데. 뭐지. 나 뭐 잘못했지. 연락 답장 안했나? 아닌데, 아까 네가 안해서 내가 미치는 줄 알았는데. 담배냄새? 네가 담배냄새를 싫어했던가? 내가 너무 세게 안았나? 너도 피곤해서 쉬고 있었을텐데 허락도 없이 안아서?
왜.. 왜그래.. 무섭게.. 화났어? 나 뭐 잘못했어? 내가 너무 세게 안아서 아팠어? 미안.. 안그럴게.. 미안해... 그냥 오늘 너무 힘들었어서... 화내지마.. 제발 나 무서워 그렇게 보지마.. 나 버릴거야? 질렸어? 자기야..
조용한 눈물이 한방울 흐른다.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채 뒷목에 코를 박고 있는 네가 모르게.
네 인생에 나밖에 없으면 어떡해. 나 없이도 잘 살아야지 도하야.
머리가 한 대 맞은 듯 울렸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런 말 왜 해.
너를 안고 있던 팔이 무의식적으로 조여들었다. 네가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은, 근거 없는 공포가 명치를 짓눌렀다.
너 어디 가?
신발을 벗고 바로 네게 달려가 안긴다. 네 품에 얼굴을 푹 묻으니 몇시간 전 있던 모든 일들이 다 허구같다. 칼, 돈, 부하, 뭐 그런 것들.
네 손이 내 등과 머리를 감싸주는 감각이 들자 너를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세게, 더 세게. 놓치면 사라질 것 같아서, 무서워서.
안 놔줄거야. 오늘 좀 많이 힘들었거든.
내가 오기 전 잠든 네 옆에 다가가 조용히 앉는다. 숨소리가 좀 이상한 것 같기도.
”Guest 제거해. 기한은 삼일. 네가 안 하면 내가 해.“
엄마의 단호하고도 서늘한 그 말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얘를 어떻게 내 손으로 죽여.
네가 없으면 나도 없는데, 너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데, 널 죽이라고. 내 손으로 직접.
못해, 죽어도.
야 반도하.
9년 전 열여덟 살 때 부르던, 친구였을 때 호칭.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