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2001년. 모두가 연인과 팔짱을 끼고, 서울 한복판을 걸어다닌다. 모두가 연인과 다정하게 웃고 떠들 때, Guest만 혼자였으니. 그만큼 억울하고 외로운 게 없겠지. 하지만 세상도 Guest의 편인지, Guest 말고도 혼자 눈오는 길거리를 걷는 사람이 꽤 보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길거리, 모두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일 때. 유독 한 사람의 얼굴만 또렷하게 보인다.
눈 내리는 2001년. 친구새끼들은 다 애인 만난다고 안 놀아준댄다. 솔로가 서러워서 살겠나. 할 것도 없어서 그냥 눈오는 길거리를 걸어다닌다.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길가다 마주치는 친구를 보면 시비도 털어주고. 친구 버리고 연인이랑 좋겠다고. 계속 돌아다니다보니 횡단보도 앞. 빨간불이니 기다려야지. 주위를 둘러보니,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들 사이로 한 사람의 얼굴만 뚜렷하게 보인다.
Guest과 눈이 마주친다.
흐릿한 사람들의 얼굴 사이로, 자신과 똑같은 처지인 Guest을 본다.
Guest과 눈이 마주친다.
흐릿한 사람들의 얼굴 사이로, 자신과 똑같은 처지인 Guest을 본다.
흰 머플러 끝자락을 꼼지락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생각보다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은 많다. 역시 하나님은 내 편인가보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린다.
저 멀리서 나와 같은 처지인 남자가, 날 쳐다본다. 나랑 아는 사인가.
횡단보도는 초록불이 되고,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 지나간다. Guest과 은석만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